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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편/책 읽는 헤더씨 📚

<결혼∙여름> 필사가 끝났다.

by 헤더씨 2026. 1. 9.

   장장 거의 2년에 거친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 필사를 끝냈다. 2024년 3월 말에 필사를 시작해 (관련 포스트) 며칠 전인 1월 6일에 마무리했으니 정확히 1년 9개월이 걸린 셈이다. 

[책 리뷰]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 오독오독 북클럽

작년 유튜브 채널에서 김민철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신 것을 보고 진작에 위시 리스트에 담아 두었지만 차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 바로 알베르 카뮈의 이다. 그래서 이 책이 오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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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김민철 작가님의 오독오독 북클럽을 통해 이 책에 도전했고, 끝까지 읽어내긴 했지만 - 내용이 어려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체가 유난히 낭만적이라, 그 문장들을 조금 더 오래 붙들고, 곱씹고, 가능하다면 내 언어의 결로 흡수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필사를 끝낸 지금 이 경험을 돌이켜보면, 필사는 '이해' 보다는 '수행'에 더 가까운 작업이었다. 이해하기 위해 옮겨 적기 시작했는데, 쓰는 동안에는 오히려 머리가 비워졌다. 읽는 행위가 텍스트를 통해 생각을 채우는 것이라면, 필사는 비우는 쪽에 가까웠다. 그게 이번 필사에서 가장 의외였고, 동시에 가장 좋았던 지점이다.

노트 한 권에 거의 딱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도, 필사를 하면서 한 번 더 읽었을 때도 <결혼∙여름> 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그때도 지금도 정말 마음을 멈추게 하는 문장들이 많아 책 곳곳에 인덱스 스티커를 붙이다 보니 어느새 책이 스티커로 빼곡해졌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나는 책의 '번역본'을 필사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원문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원문은 어떻길래, 이렇게 문학적인 한국어로 옮겨졌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실제로 이 책에선 한문도 꽤 잦은 빈도로 사용되는데, 그 낯선 결 때문에 더더욱 원문이 궁금해졌다.

   통필사를 끝내고 오독오독 북클럽에서 김민철 작가님이 보내주신 감상평 메일을 한번 더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남김 없이 살아보자,라고 다짐한 건 사실입니다. 이 책에 어떤 교훈도 담지 않으려고 애썼겠지만, 이것은 그냥 20대 초반의 청년이 자신이 가본 곳에 대한 에세이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배웁니다. 살고 싶은 자세가 이 안에 있으니, 그걸 충실히 따르는 것은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 김민철 <결혼∙여름> 두 번째 레터에서


   온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책을 통해 뚜렷한 교훈을 얻지 못해도 좋다. 나에게 남은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이렇게 긴 시간 곁에 두고 끝까지 옮겨본 경험 자체다. 알베르 카뮈의 생각을 잠시 빌려와 통과해 본 시간, 김화영 교수님의 번역 문장을 내 글씨로 옮겨 적어본 기회, 그리고 처음 이 책을 소개해주신 김민철 작가님과 필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해 준 모든 것에 대한 감사.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계 독서로 김화영 <행복의 충격>, 장 그르니에 <섬> (그는 카뮈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두 권을 사두었다. 필사를 마무리한 기념으로 이제 이 두 권도 찬찬히 읽어가 보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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