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오독 북클럽6 [책 리뷰]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 오독오독 북클럽 책의 첫 장을 펼치고 나서 다 읽는 데까지 딱 사흘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는 개인적으로 소설 감상평을 쓰는 걸 어려워하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인적인 상황이 더 크게 작용했다. 최근 남편과 심하게 다퉜다. 음악 취향이 비슷하지만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지만) 그것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이 상극에 가까운 우리. 어쩌다 보니 결혼 생활 8년째, 연애까지 합하면 15년 가까이 함께 했지만 싸우고 난 뒤에는 언제나 이별을 상상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직장인이 사직서를 항상 가슴에 품고 있듯이 냉랭했던 며칠간 나도 혼자 상상 속에서 남편에게 모진 말들을 내뱉은 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 "나 없이 얼마나 잘 사는지 보.. 2024. 7. 30. [책 리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오독오독 북클럽 여행을 갈 땐 항상 여행지에 미술관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만약 근처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여행 코스에 넣곤 했다. 하지만 빽빽한 여행 일정 중 미술관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2~3시간 남짓.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주요 배경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한 수많은 미술관에 가보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곳이 잘 없다. (심지어 뉴욕은 유학생 시절 내가 지냈던 볼티모어와 가까워 세네 번 정도 방문했었는데도 그때 갔던 곳이 메트였는지 MOMA였는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미술관을 철저히 내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전 세계 거장들의 미술을 하루종일 원없이 볼 수 있다면? 이 책이 탁월한 부분은 당연하지만 바로 이 점에 있다. 미술관에서 하루에 최소 8시간, 때론 그 이상씩 보내야 (혹은.. 2024. 6. 30. [책 리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 오독오독 북클럽 내가 평소에 좋아하고 또 동경해 마지않는 사람들을 열거해 보면 대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본인의 직업, 혹은 주 밥벌이 수단으로 삼는 분야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전문가와 버금가는 견문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동료 중 한 분은 회사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계시지만 회사 밖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비올라를 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니.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과 호기심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중 어느 하나도 끈덕지게 파고든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사람들이 그저 부럽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의 이 줄리언 반스가 의 그 줄리언 반스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약간 배신감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다. .. 2024. 5. 29. [책 리뷰]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 오독오독 북클럽 작년 유튜브 채널에서 김민철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신 것을 보고 진작에 위시 리스트에 담아 두었지만 차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 바로 알베르 카뮈의 이다. 그래서 이 책이 오독오독 북클럽 3월 도서로 선정된 것을 보고 무척 기뻤다. 그리고 3월 약 한 달 동안 이 책을 끼고 살다시피 했는데... 괴로웠다. 이해하고 싶은데... 작가님의 인생 책이라는데... 이 문장을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며 같은 챕터를 읽고 또 읽었지만 텍스트들이 눈으로 들어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휘발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요즘사와 김민철 작가님 버릴 문장이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 허투루 읽고 싶지 않았다. 꾹꾹 눌러 담고 싶었다. 그렇게 읽고.. 2024. 3. 26. [책 리뷰]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트 카하트 / 오독오독 북클럽 이제 나는 긴장을 풀고, 뤼크가 말한 대로, 내 인생에 도착한 이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내가 피아노를 구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가 나를 찾아온 느낌이었다. #1 초등학생 시절, 신학기가 되면 담임 선생님이 개인의 인적 사항을 적는 종이를 나눠 주셨다. 한글명, 한문명, 주소, 부모님 성함 외에도 취미, 그리고 특기를 적는 란이 항상 빠지지 않고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피아노'를 이 둘 중 한 곳에 적어 제출하곤 했다. 학교에서는 책상을 건반 삼아 쉬는 시간에 자주 피아노 치는 시늉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께는 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학기 말에 나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격려하는 편지를 써주신 적이 있다. #2 5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초등학교 6년 내내 피아노를 배웠다. 부모님은 빠듯한 .. 2024. 3. 9. [책 리뷰] <재즈> 토니모리슨 / 오독오독 북클럽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의 모든 요소를 좋아한다. 재즈의 끝없는 변주, 얼핏 들으면 불협화음 같지만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멜로디, 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지는 스포트라이트 (그 뒤에 따라오는 관객들의 박수갈채까지), 그리고 내달리다 돌아갔다를 반복하며 결국 메인 멜로디로 수렴하는 과정 등등. 그런 점에서 토니 모리슨의 는 내가 좋아하는 재즈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음악으로서의 재즈 이 책은 이야기의 중반부로 갈 때까지도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쏟아지는 등장인물에 끊임없는 장면 전환, 게다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니 전지적 작가가 틀림없다고 확신이 들다가도 갑자기 의심과 추론을 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나’는 그저 주인공들과 함.. 2024. 1.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