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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71

[책 리뷰]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 / 오독오독 북클럽 작년 유튜브 채널에서 김민철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신 것을 보고 진작에 위시 리스트에 담아 두었지만 차마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 바로 알베르 카뮈의 이다. 그래서 이 책이 오독오독 북클럽 3월 도서로 선정된 것을 보고 무척 기뻤다. 그리고 3월 약 한 달 동안 이 책을 끼고 살다시피 했는데... 괴로웠다. 이해하고 싶은데... 작가님의 인생 책이라는데... 이 문장을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며 같은 챕터를 읽고 또 읽었지만 텍스트들이 눈으로 들어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휘발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요즘사와 김민철 작가님 버릴 문장이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 허투루 읽고 싶지 않았다. 꾹꾹 눌러 담고 싶었다. 그렇게 읽고.. 2024. 3. 26.
[책 리뷰]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트 카하트 / 오독오독 북클럽 이제 나는 긴장을 풀고, 뤼크가 말한 대로, 내 인생에 도착한 이 피아노를 바라보았다. 내가 피아노를 구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가 나를 찾아온 느낌이었다. #1 초등학생 시절, 신학기가 되면 담임 선생님이 개인의 인적 사항을 적는 종이를 나눠 주셨다. 한글명, 한문명, 주소, 부모님 성함 외에도 취미, 그리고 특기를 적는 란이 항상 빠지지 않고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피아노'를 이 둘 중 한 곳에 적어 제출하곤 했다. 학교에서는 책상을 건반 삼아 쉬는 시간에 자주 피아노 치는 시늉을 했는데 담임 선생님께는 이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학기 말에 나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격려하는 편지를 써주신 적이 있다. #2 5살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 초등학교 6년 내내 피아노를 배웠다. 부모님은 빠듯한 .. 2024. 3. 9.
소소한 생일의 기록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보는 어제 하루. #1 전날 자정이 넘어서 잠든 아이가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더니 “오늘 엄마 생일이야?”라고 물었다. 맞다고 하니까 기뻐하며 나보다 더 신나서 집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아마도 엄마 생일이라서가 즐거운 게 아니라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일 테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도 선생님께 엄마 생일이라고 자랑을 했나 보다. 오후에 어린이집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알림장이 왔다. #2 아침엔 어김없이 요가를 가고 (전날 잠을 조금밖에 못 잔 탓에 초반엔 나른해서 약가 졸다시피 했는데 마지막은 불태웠다 🔥) 점심땐 오전에 잠깐 출근한 남편과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한정식 집인데 평일 런치 메뉴도 4만.. 2024. 2. 7.
3개월만에 만년필이 3자루에서 10자루로 증식했다. 아래의 포스트를 쓴 게 불과 3개월 전이라는 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만년필이 자기 분열이라도 한 걸까? (그렇게 믿고 싶다.) 3개월 사이에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만년필 세계 입문기 (feat. 라미 사파리, 트위스비 에코, 펠리칸 M200)만년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즈음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만년필 제조사로 유명한 라미와 콜라보한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저렴하게 구입해 두었는데, 몇 년간 방치해 두었heatherblog.tistory.com 우선 현재 (2024년 1월 말) 기준 나의 만년필 보유 현황은 아래와 같다. 만년필 10자루에 최근에 구입한 딥펜 1자루까지 더해 총 11자루다. 분명 이전 포스트에서는 파이롯트 커스텀 742가 위시 리.. 2024. 1. 31.
나는 왜 혼자서는 못 할까 학창 시절 나는 무조건 학원은 현장 강의만 들었다. 친구들을 따라 메가스터디 인강을 몇 개 구입해 들어봤으나 혼자서는 도무지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강의를 10분 들었다가 문득 지저분한 책상이 거슬려 정리를 하고, 또 5분 들었다가 멈춰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식이었다. 시간을 아끼려고 2배속으로 들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딴짓을 하다가 시간을 더 쓰곤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가를 사랑하지만 집에서는 왜인지 잘 하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홈수련을 잘만 하던데. 가끔 유튜브를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 해보기도 하지만 30분을 넘기기 힘들다. 요가원에서는 90~120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말이다. 매일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늘 텐데 일이 바빠 일주일째 요가원을 못 갔더니.. 2024. 1. 24.
아름다운 가게에 옷을 기부했다. 2024년 내가 정한 키워드는 “연결”과 “정리”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덕이느라, 또 같은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세상과 단절된 채 시간이 흘렀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에도 벅찼던 지난날들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이 두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일부러 사람들도 더 만나고 주변 정리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정리"는 주변 정리 뿐 아니라 마음 정리도 포함한다.) “연결”과 “정리”는 얼핏 보면 다른 개념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어져 있는 개념이다. 잘 연결하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하고, 또 잘 정리된 환경에서 더 잘 연결할 여력이 생긴다. 이 다짐의 시작은 옷 기부였다. 1월 초에는 이틀 연속 휴가를 냈다. 그.. 2024. 1. 24.
[책 리뷰] <재즈> 토니모리슨 / 오독오독 북클럽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의 모든 요소를 좋아한다. 재즈의 끝없는 변주, 얼핏 들으면 불협화음 같지만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멜로디, 연주자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지는 스포트라이트 (그 뒤에 따라오는 관객들의 박수갈채까지), 그리고 내달리다 돌아갔다를 반복하며 결국 메인 멜로디로 수렴하는 과정 등등. 그런 점에서 토니 모리슨의 는 내가 좋아하는 재즈의 모든 요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음악으로서의 재즈 이 책은 이야기의 중반부로 갈 때까지도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쏟아지는 등장인물에 끊임없는 장면 전환, 게다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니 전지적 작가가 틀림없다고 확신이 들다가도 갑자기 의심과 추론을 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나’는 그저 주인공들과 함.. 2024. 1. 22.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차이 예상치도 못하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예전 회사와 협업할 기회가 생겨 요 며칠 관계자분들 간의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두 회사의 규모 (참고로 전 회사는 대기업이고, 현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도 다르고, 주력 시장, 주 사용 언어도 다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차이는 필연적이겠지만 두 회사 모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묘한” 다름이 읽혀 겉으로 표현하진 않아도 각자 상대방의 어떤 부분에 불만이 있을지 예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이런 식이다. 전 회사에서는 메신저를 통한 대화라도 구어체를 최대한 지양하고, 현 회사에서는 “ㅎㅎ“ 를 쓰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의견 불일치가 있을 때 전 회사의 담당자는 최대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장.. 2024. 1. 19.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냐면 어렸을 땐 드라마 에 나오는 로렐라이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로렐라이와 로리 같은 모녀 관계를 갖고 싶었다. 주위에서 도무지 엄마와 딸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친구처럼 지내며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주말마다 함께 정크푸드를 먹으며 영화를 보고, 각자 연애 상담도 하고(?), 서로의 결정을 전적으로 믿으며 응원해 주는 쿨한 관계. 나이를 먹으며 현실 감각이 생기고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니 로렐라이 같은 엄마가 되려면 일단 내 아이가 로리처럼 알아서 바르게 자라주어야 하는데, 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가 생애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적절한 가이드와 코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경험적으로 안다. 그러다 최근 에 출연하신 하버드 출신 모녀 편을.. 2024. 1. 16.
새해를 맞아 아이폰XS로 교체했다. (Feat. 아이폰XS 역주행) 그렇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8년(아이폰 XS 출시연도)이 아니고 2024년이다. 내가 원래 쓰고 있던 모델은 아이폰 13 프로. 아이폰 15가 나온 지금, 나는 왜 5년 전 모델인 XS로 굳이 다운그레이드했을까?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동생이 최근에 아이폰 15를 구매해 XS가 공기계로 남았다고 했고, 나는 처음에는 받아서 세컨드폰 정도로 쓸까 했다. 평소 즐겨보는 테크 유튜브 채널 에서 기존 아이폰 카메라 특유의 따뜻한 색감은 XS모델 까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하나도 잘 간수하지 못해 하루에도 수차례 집안에서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휴대폰 두 개를 관리할 자신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 아이폰 13 미니를 쓰고 있는 남.. 2024. 1. 15.
루틴과 감사일기 어렸을 땐 내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면 그땐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주목받기를 즐겼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예정된 장학금을 포기, 휴학을 한 뒤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한 지 100일 만에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사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다.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편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heatherblog.tistory.com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절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내가 원칙과 질서.. 2024. 1. 12.
나의 방한용품 (무브웜, 파쉬, 허킨스)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인 이 집으로 처음 이사한 이후 한 번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적이 없다. 샷시도, 난방 시스템도 워낙 낡았을뿐더러 특히 우리 집은 거실 밖이 탁 트인 탑층이라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이 뷰 때문에 계약을 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가장 추운 세대가 아닐까 싶다. 작년 겨울에는 난방비보다는 저렴하겠지 싶어 전기 히터를 구매해 잠시 따뜻하게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달 관리비가 6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갑자기 치솟은 전기세에 경비실에서 누전을 의심하고 전화를 하셨을 정도. 그 이후 우린 다시 조용히 추운 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 보온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데 오늘은 올 겨울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아이템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2024.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