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내가 정한 키워드는 “연결”과 “정리”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덕이느라, 또 같은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세상과 단절된 채 시간이 흘렀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에도 벅찼던 지난날들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이 두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일부러 사람들도 더 만나고 주변 정리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정리"는 주변 정리 뿐 아니라 마음 정리도 포함한다.) “연결”과 “정리”는 얼핏 보면 다른 개념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어져 있는 개념이다. 잘 연결하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하고, 또 잘 정리된 환경에서 더 잘 연결할 여력이 생긴다.
이 다짐의 시작은 옷 기부였다. 1월 초에는 이틀 연속 휴가를 냈다. 그간 휴가는 항상 사전에 계획된 일이 있거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같은 긴급 상황에서만 사용했었는데 이렇게 온전히 휴가다운 휴가는 오랜만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집안 청소를 하고, 밥솥을 분해해 세척하고, 묵혀두었던 옷들을 정리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이 금세 산더미처럼 쌓였다. 당시에는 백화점에서 꽤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 옷들도 더러 있었다.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가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던가. 그래,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그냥 아파트 헌 옷 수거함에 넣어버릴 수도 있었으나 이 옷들이 나를 거친 이후에도 좀 더 쓰임을 가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홈페이지를 통해 기부 신청을 했다. 택배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기부를 하면 자체적으로 기부 금액을 산정해 기부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발급된 기부 영수증은 소득공제 혜택도 있다.
총 35벌의 옷을 기부했다. 옷을 “정리”하고 또 미래에 내 옷을 잘 입어줄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은 역시 좋았다. 옷장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으로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에세이 > 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개월만에 만년필이 3자루에서 10자루로 증식했다. (0) | 2024.01.31 |
---|---|
나는 왜 혼자서는 못 할까 (2) | 2024.01.24 |
아이폰 13 Pro에서 아이폰 XS로 교체했다. (Feat. 아이폰 XS 역주행) (0) | 2024.01.15 |
나의 방한용품 (무브웜, 파쉬, 허킨스) (2) | 2024.01.11 |
10년간 함께한 눈 밑 낭종과 이별했다. (0) | 2023.1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