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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29

소소한 생일의 기록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보는 어제 하루. #1 전날 자정이 넘어서 잠든 아이가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더니 “오늘 엄마 생일이야?”라고 물었다. 맞다고 하니까 기뻐하며 나보다 더 신나서 집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아마도 엄마 생일이라서가 즐거운 게 아니라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일 테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도 선생님께 엄마 생일이라고 자랑을 했나 보다. 오후에 어린이집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알림장이 왔다. #2 아침엔 어김없이 요가를 가고 (전날 잠을 조금밖에 못 잔 탓에 초반엔 나른해서 약가 졸다시피 했는데 마지막은 불태웠다 🔥) 점심땐 오전에 잠깐 출근한 남편과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한정식 집인데 평일 런치 메뉴도 4만.. 2024. 2. 7.
3개월만에 만년필이 3자루에서 10자루로 증식했다. 아래의 포스트를 쓴 게 불과 3개월 전이라는 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믿기지 않는다. 만년필이 자기 분열이라도 한 걸까? (그렇게 믿고 싶다.) 3개월 사이에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만년필 세계 입문기 (feat. 라미 사파리, 트위스비 에코, 펠리칸 M200)만년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즈음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만년필 제조사로 유명한 라미와 콜라보한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저렴하게 구입해 두었는데, 몇 년간 방치해 두었heatherblog.tistory.com 우선 현재 (2024년 1월 말) 기준 나의 만년필 보유 현황은 아래와 같다. 만년필 10자루에 최근에 구입한 딥펜 1자루까지 더해 총 11자루다. 분명 이전 포스트에서는 파이롯트 커스텀 742가 위시 리.. 2024. 1. 31.
나는 왜 혼자서는 못 할까 학창 시절 나는 무조건 학원은 현장 강의만 들었다. 친구들을 따라 메가스터디 인강을 몇 개 구입해 들어봤으나 혼자서는 도무지 수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강의를 10분 들었다가 문득 지저분한 책상이 거슬려 정리를 하고, 또 5분 들었다가 멈춰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식이었다. 시간을 아끼려고 2배속으로 들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딴짓을 하다가 시간을 더 쓰곤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가를 사랑하지만 집에서는 왜인지 잘 하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홈수련을 잘만 하던데. 가끔 유튜브를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 해보기도 하지만 30분을 넘기기 힘들다. 요가원에서는 90~120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데 말이다. 매일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늘 텐데 일이 바빠 일주일째 요가원을 못 갔더니.. 2024. 1. 24.
아름다운 가게에 옷을 기부했다. 2024년 내가 정한 키워드는 “연결”과 “정리”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덕이느라, 또 같은 시기에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세상과 단절된 채 시간이 흘렀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에도 벅찼던 지난날들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이 두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일부러 사람들도 더 만나고 주변 정리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정리"는 주변 정리 뿐 아니라 마음 정리도 포함한다.) “연결”과 “정리”는 얼핏 보면 다른 개념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이어져 있는 개념이다. 잘 연결하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 두어야 하고, 또 잘 정리된 환경에서 더 잘 연결할 여력이 생긴다. 이 다짐의 시작은 옷 기부였다. 1월 초에는 이틀 연속 휴가를 냈다. 그.. 2024. 1. 24.
새해를 맞아 아이폰XS로 교체했다. (Feat. 아이폰XS 역주행) 그렇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8년(아이폰 XS 출시연도)이 아니고 2024년이다. 내가 원래 쓰고 있던 모델은 아이폰 13 프로. 아이폰 15가 나온 지금, 나는 왜 5년 전 모델인 XS로 굳이 다운그레이드했을까?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동생이 최근에 아이폰 15를 구매해 XS가 공기계로 남았다고 했고, 나는 처음에는 받아서 세컨드폰 정도로 쓸까 했다. 평소 즐겨보는 테크 유튜브 채널 에서 기존 아이폰 카메라 특유의 따뜻한 색감은 XS모델 까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하나도 잘 간수하지 못해 하루에도 수차례 집안에서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휴대폰 두 개를 관리할 자신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 아이폰 13 미니를 쓰고 있는 남.. 2024. 1. 15.
나의 방한용품 (무브웜, 파쉬, 허킨스)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인 이 집으로 처음 이사한 이후 한 번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적이 없다. 샷시도, 난방 시스템도 워낙 낡았을뿐더러 특히 우리 집은 거실 밖이 탁 트인 탑층이라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이 뷰 때문에 계약을 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가장 추운 세대가 아닐까 싶다. 작년 겨울에는 난방비보다는 저렴하겠지 싶어 전기 히터를 구매해 잠시 따뜻하게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달 관리비가 6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갑자기 치솟은 전기세에 경비실에서 누전을 의심하고 전화를 하셨을 정도. 그 이후 우린 다시 조용히 추운 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 보온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데 오늘은 올 겨울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아이템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2024. 1. 11.
10년간 함께한 눈 밑 낭종과 이별했다. 나의 오른쪽 눈 밑에는 자그마한 혹이 있다. 사실 '혹'이라고 부르기에는 이 친구한테 미안할 정도로 크기가 작긴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대체할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잘 보이진 않지만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꽤 신경이 쓰일 정도의 존재감은 있는 혹. 언뜻 보면 작은 물집 같기도 하고, 여드름 같기도 하고, 눈물(?) 같기도 한 이 정체불명의 혹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대학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종종 눈에 다래끼가 나곤 했는데, 어느 날 또 다래끼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눈 아래에 생겼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제거 시도를 아예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은 갑자기 거울을 보다가 너무 거슬려 동.. 2023. 12. 2.
차알못의 중고차 구매기 1. 우리에게는 어떤 차가 맞을까? 우리 집에는 차가 한 대 있다. 바로 쉐보레 더 뉴 스파크, 경차다. 아이가 있는 집 치고는 흔하지 않은 선택이다. 시댁으로부터 20년이 넘은 차를 물려받아 3년 정도 잘 타고 다니다가 2년 전 폐차시키고 이 차만 남았다. 사실 경차지만 그간 큰 불편함은 없었다. 평일에 차를 쓸 일은 아이를 등하원시킬 때뿐이라 보통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남편은 일주일에 3~4번 정도 출근을 한다) 남편이 출퇴근 길에 등하원을 맡고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내가 맡는 식이었다. 주말에도 스파크를 타고 세 가족이 이곳저곳 쌩쌩 잘만 돌아다녔다. 게다가 경차를 몰면 주유비도 할인되고 통행료와 주차료도 50% 감면이라 가계에도 소소하게 도움이 된다. 예전에 우연히 유튜버 무빙워터님의 이 영상을 봤는데 우리 부부의 가치.. 2023. 11. 20.
위염을 동반한 숙취 끝에,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평소에 잔병치레를 잘 하진 않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심하게 앓는 편이다. 작년엔 코로나가 그랬고, 올해는 이번주가 딱 그랬다. 심지어 이번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가 자초한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어린이집을 통해 알고 지내게 된 학부모님의 초대를 받아 집에 갔다가 양주(발렌타인 21년 산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무척 비싼 술이었구나.)를 거나하게 마신 것이다.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특히 양주를 마신 날은 인생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주량을 잘 알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분명히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는데,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남편이 나를 거의 들쳐 업다시피 해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 보.. 2023. 11. 5.
만년필 세계 입문기 (feat. 라미 사파리, 트위스비 에코, 펠리칸 M200) 만년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즈음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만년필 제조사로 유명한 라미와 콜라보한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저렴하게 구입해 두었는데, 몇 년간 방치해 두었다가 작년에 갑자기 꺼내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새 제품이었음에도 잉크가 나오지 않아 불량인가 하고 당황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제품 (제품명은 '라미 사파리'로 입문용 만년필로 가장 유명하다) 은 장기간 쓰지 않으면 잉크가 잘 마른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만년필을 분해해 잉크를 녹이고, 또 녹인 잉크가 아까워 검색하다가 아예 컨버터와 병잉크를 추가로 구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만년필을 살렸는데 생각보다 만년필을 쓰는 느낌이 좋아서 또 폭풍 검색, 라미 사파리와 함께 입문용 만년필로 유명한 .. 2023. 10. 11.
폭염, 그리고 씨솔트 카라멜 콜드브루 학창 시절 지리 수업의 한 단원에서는 각 지역별 지형의 특징에 대해 다뤘다. 다른 지역들은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지만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설명만큼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분지라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 사실이 꽤나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매년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조금씩 더한 더위와 추위를 겪으며 살고 있다니. 가만히 있어도 날씨에 대한 경험치가 올라간 것 같아 괜히 우쭐했다. 몇 년 전 “대프리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땐 이미 서울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지난 뒤였지만 ‘역시 대구는 대구지.‘ 하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젠 다 옛말이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이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 2023. 8. 6.
낙관적 허무주의 (Optimistic Nihilism) 한 달쯤 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한 계정에서 추천받아 이 영상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찾아서 보았고, 나중에는 생각날 때마다 볼 수 있게 저장해 두었다. (5분 남짓한 영상이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한 번쯤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읽고 있는 와 에서도 비슷한 메세지를 함의하고 있어서 그런지 최근 이런 생각이 내 안에서 더욱 증폭되었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망각하며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작은 것에도 아등바등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작은 것이 작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 삼킬 듯한 파도처럼 다가온다. 지.. 2023.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