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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

차알못의 중고차 구매기 1. 우리에게는 어떤 차가 맞을까?

by Heather :) 2023. 11. 20.

   우리 집에는 차가 한 대 있다. 바로 쉐보레 더 뉴 스파크, 경차다. 아이가 있는 집 치고는 흔하지 않은 선택이다. 시댁으로부터 20년이 넘은 차를 물려받아 3년 정도 잘 타고 다니다가 2년 전 폐차시키고 이 차만 남았다. 사실 경차지만 그간 큰 불편함은 없었다. 평일에 차를 쓸 일은 아이를 등하원시킬 때뿐이라 보통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남편은 일주일에 3~4번 정도 출근을 한다) 남편이 출퇴근 길에 등하원을 맡고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내가 맡는 식이었다. 주말에도 스파크를 타고 세 가족이 이곳저곳 쌩쌩 잘만 돌아다녔다. 게다가 경차를 몰면 주유비도 할인되고 통행료와 주차료도 50% 감면이라 가계에도 소소하게 도움이 된다. 

작지만 든든한 우리차.

예전에 우연히 유튜버 무빙워터님의 이 영상을 봤는데 우리 부부의 가치관과 너무나도 닮아 있어 공감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큰 차를 사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올해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더 커지고 있었는데, 아이가 점점 크면서 차가 비좁게 느껴지기도 했고 또 장을 보러 가거나 캐리어 등 부피가 큰 짐을 차에 실어야 하는 상황에서 작은 차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차를 산다면 미리 정해놓은 브랜드도 있었는데 바로 볼보였다. 차에 큰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볼보를 드림카로 정한 것은 아주 터무니없는 이유에서였다. 예전에 읽은 정우성 브랜딩 디렉터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라는 책에서 볼보가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볼보=안전'이라는 키워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진행한 그간의 브랜딩 활동, 그리고 단순히 광고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에 반영한 안전과 관련된 디테일한 요소들 (실제로 볼보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뿐만 아니라 상대방 차량의 안전까지 고려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만으로도 이 차를 사고 싶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다행히 남편도 좋아했다. 물론 그 이유는 달랐지만. 볼보를 타면 '가정을 우선시하는 자상하고 듬직한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나 어쩐다나.
   
   처음부터 신차를 살 생각은 없었다. 자동차는 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감가상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신차 같은 중고차를 사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볼보 매장이 있어 어느 주말 나들이 겸 다녀왔는데, 남편은 볼보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SUV라고 칭하는 XC60 모델을 마음에 들어 했다. 사고 싶은 모델명을 정하고 나니 남편의 행동력이 속도를 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간 억누르고 있던 차에 대한 욕망이 무장해제되어 그린라이트가 켜진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날 바로 중고차 플랫폼인 엔카와 케이카 앱을 다운로드하더니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검색을 하고, 유튜브로 XC60 주행기, 장단점 등을 찾아보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볼보 매장 방문. 초콜렛과 주스를 줘서 행복한 딸래미.


   중고차를 검색할 때 내가 남편에게 요구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첫째, 주행 거리가 50,000km 미만일 것
  • 둘째, 무사고 차량일 것


   하지만 특정 모델로 한정한 데다 또 위의 두 조건으로 필터링을 걸고 나니 매물이 거의 없었다. 나는 여유를 두고 찾아보자고 했지만 이미 단기간에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모두 섭렵하며 한껏 기대감에 부푼 남편은 현재 남아 있는 매물들 중에서 빠르게 선택하길 원했다. 케이카에서 괜찮아 보이는 차량이 한 대 있었지만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거래가 되었고, 그걸 지켜본 남편은 더욱 조급해했다.
 
   남편은 차선책으로 엔카에서 XC60 T8 인스크립션 모델이 최저가로 나와 있다며 구매하자고 나를 설득했다. 주행 거리 40,000km에서 조금 모자란 22년식 모델이었다. XC60 T8 모델 중에서도 상급 모델이라 케이카에서 봤던 모델(R 디자인)보다 700만 원 정도 비쌌지만 검색해 보니 최저가는 맞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XC60 뒤에 달린 모델명의 구체적인 차이점은 잘 모르고 있었다.) 다만 엔카로부터 검증된 물건이 아니라 개인 딜러가 올린 물건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남편도, 나도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개인 딜러의 말만 믿고 덜컥 차를 구매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었다. 하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해당 딜러의 매장 위치를 검색해보니 남편이 단골로 다니는 정비소와 5분 거리에 있었다. 남편은 딜러와 통화해 단골 정비소에서 간단한 성능 점검을 받은 후 구매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 딜러분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우리는 그것을 차 상태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함께 연차를 내고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 무려 1시간 반이 걸리는 곳이었다. 정말 치명적인 문제가 없으면 바로 계약할 생각으로 스파크도 두고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은 고되지만 돌아오는 길은 새 차와 함께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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