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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29

인풋이 넘치는 시대에 아웃풋을 챙기기 위해 SNS를 하는 모든 현대인들은 적어도 한 번쯤은 FOMO(Fear of Missing Out)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마케터 생활을 한 나 역시 이를 피해 갈 순 없었는데, 최근엔 특히 아이를 키우며 요즘 말로 "디깅 (Digging)"을 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더욱 그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 같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뉴스레터와 인스타그램 피드, 스토리, 앱 푸시 메시지 등등. 이렇게 인풋이 많은 세상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하니 중심을 잡지 못하고 결국 정보의 홍수에 쓸려가 버리고 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안하니까, 증발하기 전에 어디에도 남겨두고 싶으니까 뭐라도 써두는데, 문제는 기록이 아카이빙되는 장소가 너.. 2023. 5. 15.
어느 링글 수업에서 나눈 멋진 대화 (feat. 죽음의 수용소에서) 복직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회사 지원으로 화상영어 플랫폼 링글 (Ringle)에 등록해 수업을 듣고 있다. 튜터들은 대부분 현재 영어권 국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인데 간혹 직장인이나 본인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만나곤 한다. 며칠 전에는 David라는 이름을 가진, 독일 혼혈의 영국인 친구와 수업을 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며 JLPT 자격증 2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급하게 예약한 수업이라 (링글에는 '24시간 이내 수업'이라는 메뉴가 있다) 별도의 정해진 주제 없이 프리토킹을 할 생각으로 들어갔고 그간 수업 경험상 각자의 직업, 사는 곳 등 기본적인 소개만 해도 수업 시간인 40분은 훌쩍 채우기 때문에 또 의례 그런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 2022. 5. 27.
다시, 기록. 미세먼지는 보통이었지만 날씨 자체는 화창하고 좋았던 어제는 시누이 언니 카페에 놀러 갔다. 남편과 언니가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나는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고 정혜윤 마케터의 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책 자체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는데 (이렇게 느낀 것은 내가 이 작가님의 팬이라 전작 을 읽기도 했고, 유튜브와 뉴스레터도 구독하고 있어 이 분의 행보와 취향, 그리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외려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작가의 문체, 그리고 거기서 묻어나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이었다. 특히 와닿았던 것은 일상에서 감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애정 어리게 지켜보며 반응해주며, 더 나아가 그것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자.. 2022. 4. 25.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내린 최선의 선택들의 교집합 인간이 만드는 가설은 즐거움을 줄 수도 스스로를 고문할 수도 있다 건강검진일인 오늘, 검사를 기다리며 읽은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본 이 문장에 오래 눈길이 갔다. 어릴 때는 막연히 내가 제일 잘났고 내가 제일 운이 좋다는 생각을 디폴트로 지니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인생의 쓴 맛을 맛보고 실패를 경험하며 (언제부터였을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시점부터였을까.) 그 쓴 맛에도 내성이 생겨 감각이 무뎌지는 경지에 도달했을 때 문득 나를 둘러싸던 그 막연한 자신감의 오로라가 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책의 저 구절을 오래 곱씹은 이유는 가설이 달라진 지금의 내가 나를 너무 고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보다 없는 영역이 더 많은데.. 2021. 11. 17.
아무튼 비건까진 아니더라도, 플렉시테리언 (+ 요즘 먹은 채식 식단)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또 그만큼 오랜 기간 모른 척했던 이슈가 있다. 바로 동물 복지, 그리고 비건. 대학생 때부터 환경 관련 공모전을 비롯해 기후변화 홍보대사로 활동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첫 사회생활을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익숙한 주제지만, 또 그 장벽이 너무 높아 실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굳이 예전부터 실천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면 가능한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피하는 것. 이 결정도 대단한 사회적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우려에서 시작한 것이고, 이마저도 미국 유학 시절에는 잠시 내려놓고 지냈다. 베이컨이나 소시지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찾기가 .. 2020. 9. 10.
3월 말, 봄이 완연한 올림픽 공원의 스케치 (Feat. 사회적 거리두기) 일주일에 한 번 산부인과 검진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요즘이다. 지난주에는 예외적으로 출산 전 마지막 나들이 겸 이천에 다녀오긴 했지만 (이전 포스트 참고). (아마도) 출산 전 마지막 서울 근교 나들이 (이천 산수유 마을/ 이코복스 커피/ 시몬스 테라스) 출산이 다가올수록 아기를 만난다는 설렘(그리고 약간의 공포)과 동시에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3년이라는 꽤 긴 신혼 생활을 가진 뒤 가진 아기라 (그러고 보니 며칠 뒤가 결혼.. heatherblog.tistory.com 예정일이 다가오니 몸에도 점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진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시큰거리는 것은 기본이고, 자주 입에서 피 맛이 난다 (혈관이.. 2020. 3. 29.
(아마도) 출산 전 마지막 서울 근교 나들이 (이천 산수유 마을/ 이코복스 커피/ 시몬스 테라스) 출산이 다가올수록 아기를 만난다는 설렘(그리고 약간의 공포)과 동시에 남편과 단둘이 보내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3년이라는 꽤 긴 신혼 생활을 가진 뒤 가진 아기라 (그러고 보니 며칠 뒤가 결혼 4주년이네) 둘이서 지내는 생활에 더 이상 큰 미련 두지 않고 자연스레 셋이 되는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결혼 후 매년 꼬박꼬박 다녀왔던 해외여행은커녕 당분간 집 앞 마실도 나가기 어려워질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 과연 여름이와 함께할 앞으로의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나마 남편이 요즘 재택근무 중이라 출산 전 마지막을 24시간 힘께 보내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삼시 세 끼를 고민해야 하는 주부의 고민은 시작되었지만. 남편도.. 2020. 3. 23.
7년 만에 갈아탄 아이패드 미니 5 사용 후기 (장단점) 7년 만이다. 이제는 그 이름도 생소하지만 아이패드 3세대, 일명 뉴아이패드를 구매해 쓴 지도. 신입사원 때 큰 마음을 먹고 사서 여행 갈 때, 그리고 심지어 미국 유학길에도 동행했다. 지금은 아이폰에 맥북에 아이맥을 쓰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나의 첫 그리고 유일한 애플 기기였다. 시간이 지나고 기기가 오래되면서 버벅거리고, OS 업데이트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 인스타그램 등 최신 앱 설치나 업데이트는 되지 않았지만 주로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기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사양이 오래되었지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첫 아이패드 시리즈라 지금 보아도 화질 하나는 끝내준다).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대뜸 결혼기념일 선물로 새 아이패드를 사주겠다고 한다. 간단한 검색을 하나 .. 2020. 3. 8.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뜨기 3일만에 후다닥 완성 임신을 하고 나서 태교(는 핑계고 사실 취미로)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뜨개질이었는데, 엄마가 손을 많이 움직이는 게 뱃속 태아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가. 여하튼 그런 것은 차치하더라도 여름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다. 인터넷에 '태교 뜨개질'을 검색해보니 키트도 다양하고, 오프라인 클래스도 많았다. 하지만 워낙 손재주가 없기도 하고, 불과 며칠 전까지 직장인으로 오프라인 클래스를 다닐 시간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뜨기. 세이브더칠드런 모자뜨기는 신생아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년 진행되는 프로젝트성 기부 활동이다. 올해가 시즌 13이라고 하니, 벌써 10년이 넘은 명실상부 역사가 깊은 캠페인이 되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정한 .. 2020. 3. 7.
넷플릭스 영드 추천. '더 크라운'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2016년 시즌 1로 개봉한 '더 크라운'. 2016년이면 미국에 있을 때였는데,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한동안 계속 메인 페이지에서 트레일러를 보여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영국의 현재 왕비 (그 당시에는 이름도 몰랐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 듣고, 단순히 왕족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naive한 생각으로 에피소드 1을 틀었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아 대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 명작을 이렇게 하찮게 치부한 나 자신이 실망스럽군). 하지만 나는 책이든, 드라마이든 한번 시작하면 어떻게든 한번 끝까지 보려고 노력하는 쓸데없는 고집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 (나중에 '.. 2020. 3. 6.
42일 간의 미라클 모닝 후기 지난 2월 29일을 마지막으로 회사 사람들과 프로젝트성으로 해오던 '작심삼십일'이 종료되었다. 예전 포스트 '매일 5시 반에 일어나기 시작하다' 편에서도 간단히 소개했지만, 2월 한 달 동안 작심삼십일 얼리버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매일 목표한 시각에 일어나 채팅창에 인증 사진을 올렸었다. 목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 평일은 6시 이전, 주말은 8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모두 보증금 3만 원을 프로젝트 리드 ('이끔이'라고 불렀다) 에게 입금하고, 미달성한 일수만큼 차감하여 월말에 돌려받는 형식이었다. 매일 5시 반에 일어나기 시작하다 (Feat. 회사 '작심삼십일' 프로젝트) 사실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여름이(태명) 때.. 2020. 3. 5.
코로나 바이러스. 남편도 재택 시작. 요리로 바빠진 일상.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19 확진자가 급증해 어제 밤 사이 1,0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보았다. 어제 스터디원이 공유해준 해외에서 발표한 예측 자료를 보면, 한국의 바이러스 전파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4주 뒤에 지금으로부터 10배인 10,000명으로 peak를 찍고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4주 뒤면 나의 출산이 임박한 시기. 출산 시까지 외출도 자제하며 불안에 떨고 있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 의사 선생님이 자연분만을 하려면 지금부터 매일 1시간 이상씩 걸어야 된다고 하셨는데. 요즘 틈틈이 유튜브에서 출산 후기 영상을 보고 있는데, 출산 자체도 두렵지만, 자연분만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나를 더 초조하게 한다. 특히 대규모 확산의 근원지인 대구에 부모님과 동생이.. 2020.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