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9일을 마지막으로 회사 사람들과 프로젝트성으로 해오던 '작심삼십일'이 종료되었다. 예전 포스트 '매일 5시 반에 일어나기 시작하다' 편에서도 간단히 소개했지만, 2월 한 달 동안 작심삼십일 얼리버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매일 목표한 시각에 일어나 채팅창에 인증 사진을 올렸었다. 목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 평일은 6시 이전, 주말은 8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모두 보증금 3만 원을 프로젝트 리드 ('이끔이'라고 불렀다) 에게 입금하고, 미달성한 일수만큼 차감하여 월말에 돌려받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결과는? 30일 중 28일 달성 (사실 여름이의 태동으로 1월부터 강제로(?) 일찍 일어나기를 실천하고 있어서, Time Stamp 앱에 기록된 일수를 보니 총 42일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이다. 미달성한 이틀은 5시 반 알람은 들었지만 10분만 더 자야지 했다가 6시를 넘긴 경우였는데, 그중 하루는 약속한 시각을 넘겨 채팅창에 인증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눈이 떠짐과 동시에 일어나 기존의 아침 루틴을 진행했었다 (물론 나머지 하루는 6시가 넘은 걸 확인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출근 전까지 내리 자버렸지만). 미라클 모닝에서는 몇 시에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일어나서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6시라는 내가 만들어낸 기준선을 지키지 못했지만 늦게라도 일어나 평소와 같이 아침 루틴을 한 그 날이 한 달 중 가장 뿌듯한 날로 기억되었다.
그래서 42일간의 미라클 모닝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가장 큰 변화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결혼 전 혼자 자취를 하던 시절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했던 것 같다. 20살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4년 내내 4인 1실의 기숙사에서 복작복작하게 지냈기에 혼자 있는 것이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만삭 임산부인 지금보다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기도 했고. 그래서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살며 꽤나 큰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안정감의 지수만큼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점점 체감하고 있었다. 이 점은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신혼 초에는 내가 주말에 약속을 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면 섭섭한 티를 한껏 내더니, 2~3년 정도 지나고 나니 내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본인도 집에서 굉장히 힐링한 것 같은 부처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했으니까. 참고로 남편은 집돌이 중 집돌이라 웬만해선 약속을 잡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이 외출을 하고 내가 집에 혼자 있는 경우는 연례행사로 칠 수 있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그러던 중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나니, 그간 생각으로만 간직해 두었던 것을 직접 실천해보고, 실천이 어렵다면 글로나마 끄적여보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그리고 이 하루들이 모여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나의 모습은 어떨지 막연하게나마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마치 특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동이 트기도 전,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대이니 집중도 잘 되었다. 그리고 매일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그것도 불안하고 답답할 때만 펜을 들었던 내가 미라클 모닝 이후 거의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일기를 쓰지 않는 날에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도 쓰고, 블로그 글도 작성했다. 무언가를 쓸 영감이 생기지 않는 날에는 주로 책을 읽었다. 한글로 된 책도 읽었지만, 대부분의 날은 한글 책 보다 훨씬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영어 원서를 읽었다. 덕분에 Ramit Sethi의 'I Will Teach You to Be Rich'는 이제 90% 이상 읽었고, Stephen Guise의 'How to Be an Imperfectionist'는 절반 정도 읽었다. 둘 다 자기 계발서 부문의 베스트셀러라 매일 아침 나의 의욕을 극대화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앞으로도 미라클 모닝은 계속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이번 주부터 출산 휴가가 시작되어 이제 아침뿐만이 아니라 하루의 대부분을 나를 위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아침에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어졌기도 했고 (지금 이 글도 다음날 아침 발행으로 예약해 두었지만, 실제로는 3월 4일 오후 4시에 쓰고 있다),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최근 여름이의 몸집이 커져 태동이 줄어 (출산이 다가올수록 아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기 때문에 태동은 준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름이를 낳고 나면 꽤 오랫동안 아침과 밤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충분히 자두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느껴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분이 주위에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미라클 모닝을 강력하게 추천할 것 같다. 그리고 나의 특수한 현 상황이 언젠가 안정 궤도에 놓이게 되면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도 꼭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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