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19 확진자가 급증해 어제 밤 사이 1,000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보았다. 어제 스터디원이 공유해준 해외에서 발표한 예측 자료를 보면, 한국의 바이러스 전파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4주 뒤에 지금으로부터 10배인 10,000명으로 peak를 찍고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4주 뒤면 나의 출산이 임박한 시기. 출산 시까지 외출도 자제하며 불안에 떨고 있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 의사 선생님이 자연분만을 하려면 지금부터 매일 1시간 이상씩 걸어야 된다고 하셨는데. 요즘 틈틈이 유튜브에서 출산 후기 영상을 보고 있는데, 출산 자체도 두렵지만, 자연분만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나를 더 초조하게 한다.
특히 대규모 확산의 근원지인 대구에 부모님과 동생이 거주하고 있어 나의 걱정에 걱정을 더한다. 다행히 며칠 째 집 밖을 나가지 않고 계신다고 한다. 온라인 주문에 익숙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 쓱배송으로 주문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고맙게도 회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사는 가족들에게 마스크를 보내주신다고 하여 남편과 함께 신청했다. 직원당 10매씩이라 단 20매를 받으셨을 뿐인데, 엄마는 좋은 회사라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우리는 내가 거의 외출을 하지 않기도 하고, 작년 일본 출장 때 사둔 마스크 여분이 조금 있어 이걸로 버티고 있지만 동생에게 물어보니 마스크 가격이 폭등해 10매에 3만 원이 넘고,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제는 남편이 출근한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임시 재택을 하라는 방침이 내려왔고, 이것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나는 안방, 남편은 작은방에서 각각 화상회의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모습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되겠지만.
덕분에 어제부터 우리는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느라 분주해졌다. 다행히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출산휴가를 대비해 일주일에 두 번 반찬 배송을 신청해 두었지만 요리를 하는 횟수가 늘었고, 앞으로 더 늘 것이다. 마트에서는 바이러스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이미 식료품 사재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냉장고 파먹기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오늘은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남편이 좋아하는 카레를 만들었다. 양파를 오랜 시간 볶아 카라멜라이즈해 꽤 정성스럽게 만들었더랬다. 이걸로 두 세끼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요리를 통해 일상의 안정감을 얻어 보기로 한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에세이 > 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영드 추천. '더 크라운'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0) | 2020.03.06 |
---|---|
42일 간의 미라클 모닝 후기 (0) | 2020.03.05 |
눈이 예쁘게 오던 날, 양평 나들이 (논두렁/ 구하우스/ 쉐즈롤) (0) | 2020.02.17 |
매일 5시 반에 일어나기 시작하다 (Feat. 회사 '작심삼십일' 프로젝트) (0) | 2020.02.08 |
Happy Birthday to Me! (+ 생일 다짐) (0) | 2020.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