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여름이(태명) 때문에 새벽에 몇 번씩 깨기 시작하면서 단발적으로 일찍 일어나기 시작하다, 이럴 바에는 아예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침형 인간으로 체질을 바꾸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블로그도 일찍 일어난 날 중 하루, 충동적으로(?) 개설한 것이다. (이전 포스팅 참고)
마침 회사에서도 '작심삼십일'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의 멤버를 모집하고 있었는데, 이는 주제별 (주제는 '주 3회 블로그 작성', '하루에 15페이지 이상 독서' 등 다양하다) 사람을 모아 한 달 동안 서로 다짐한 내용을 지켰는지 트래킹하는 프로젝트다. 사전에 3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지키지 못하면 하루에 천 원씩 차감하는 시스템으로, 이렇게 해서 모아진 돈은 좋은 곳에 기부된다. 지키면 스스로 뿌듯하고, 지키지 못해도 내가 낸 돈이 좋은 취지로 쓰인다고 하니 굳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나는 2월 한 달간 '얼리버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습관화되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간의 기록을 보면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같은) 주말에는 일부러 8시 기상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오늘도 5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눈이 떠진걸 보니. 일찍 기상하기를 실천한 이후,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수면 시간은 이전과 동일하다. 예전에는 자정이 넘어 잠이 들었다면 지금은 10시만 되어도 졸음이 밀려와 기절해버리니 전체적인 바이오리듬이 2~3시간 정도 당겨진 것 뿐이다. 하지만 출근 시간에 맞춰 겨우 일어나 억지로 회사를 가는 대신, 새벽에 일어나 책도 읽고, 블로그도 쓰고, 오늘의 해야 할 일도 정리하다가 출근 준비를 하니 더 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가 시간을 컨트롤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실로 얼마만인지). 실제로 몇 달간 미뤄두었던 자잘한 잡무들 (이를테면 '공인인증서 연동하기' 같은) 을 최근 한 달의 아침 시간 동안 많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아침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져서인지 그 날 하루가 조금 더 잘 풀리는 느낌이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느낌이므로 구체적으로 정량화하여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예를 들면 '오늘 아침엔 블로그 글을 한 편 썼다' 라는 뿌듯함이 하루 종일 이어져 남은 하루도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예전에 석사 과정 중 행동 분석학 수업에서 배웠던 동기 (motivation) 에 관한 내용 - 한 예로, 우리가 다이어트 중인데 단 한 끼 유혹을 참지 못하고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었다면 motivation이 급격히 떨어져 그 날의 다이어트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 의 반대 기재랄까.
아직 프로젝트 종료까지 3주라는 시간이 남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여름이가 태어나면 지속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아침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이 긍정적인 기운에 힘입어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는 것으로.
P.S. 며칠 전 같은 주제로 영어 블로그에 올린 글은 아래를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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