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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74

아이폰 13 Pro에서 아이폰 XS로 교체했다. (Feat. 아이폰 XS 역주행) 그렇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18년(아이폰 XS 출시연도)이 아니고 2024년이다. 내가 원래 쓰고 있던 모델은 아이폰 13 프로. 아이폰 15가 나온 지금, 나는 왜 5년 전 모델인 XS로 굳이 다운그레이드했을까?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동생이 최근에 아이폰 15를 구매해 XS가 공기계로 남았다고 했고, 나는 처음에는 받아서 세컨드폰 정도로 쓸까 했다. 평소 즐겨보는 테크 유튜브 채널 에서 기존 아이폰 카메라 특유의 따뜻한 색감은 XS모델 까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대폰 하나도 잘 간수하지 못해 하루에도 수차례 집안에서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는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휴대폰 두 개를 관리할 자신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 아이폰 13 미니를 쓰고 있는 남.. 2024. 1. 15.
루틴과 감사일기 어렸을 땐 내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면 그땐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주목받기를 즐겼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예정된 장학금을 포기, 휴학을 한 뒤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한 지 100일 만에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사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다.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편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heatherblog.tistory.com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절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내가 원칙과 질서.. 2024. 1. 12.
나의 방한용품 (무브웜, 파쉬, 허킨스)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인 이 집으로 처음 이사한 이후 한 번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적이 없다. 샷시도, 난방 시스템도 워낙 낡았을뿐더러 특히 우리 집은 거실 밖이 탁 트인 탑층이라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땐 이 뷰 때문에 계약을 했지만) 같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가장 추운 세대가 아닐까 싶다. 작년 겨울에는 난방비보다는 저렴하겠지 싶어 전기 히터를 구매해 잠시 따뜻하게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달 관리비가 6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갑자기 치솟은 전기세에 경비실에서 누전을 의심하고 전화를 하셨을 정도. 그 이후 우린 다시 조용히 추운 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집 안에서 보온을 유지하기 위한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데 오늘은 올 겨울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아이템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2024. 1. 11.
사바아사나의 재발견 어떤 요가도 마지막은 사바아사나로 끝난다. '송장 자세'라고도 불리는 사바아사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트 위에 가장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자세로, 고된 수련 끝에 맛보는 달콤한 휴식과도 같다. 연말에는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모를 바이러스로 심하게 앓았다. 내 인생에서 감기로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해열제를 먹어도 며칠간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열이 떨어지고 난 후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심한 기침을 했다. 기침이 얼마나 심했냐 하면 기침을 하다가 구역질을 해 화장실로 달려가기 일쑤였고, 특히 건조한 밤에 기침이 더 심해져 본의 아니게 자꾸 남편과 아이를 깨우는 바람에 혼자 거실에 나와서 잠을 청해야 했다. 기침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낫는 속도가.. 2024. 1. 9.
10년간 함께한 눈 밑 낭종과 이별했다. 나의 오른쪽 눈 밑에는 자그마한 혹이 있다. 사실 '혹'이라고 부르기에는 이 친구한테 미안할 정도로 크기가 작긴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대체할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잘 보이진 않지만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꽤 신경이 쓰일 정도의 존재감은 있는 혹. 언뜻 보면 작은 물집 같기도 하고, 여드름 같기도 하고, 눈물(?) 같기도 한 이 정체불명의 혹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대학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종종 눈에 다래끼가 나곤 했는데, 어느 날 또 다래끼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눈 아래에 생겼고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제거 시도를 아예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은 갑자기 거울을 보다가 너무 거슬려 동.. 2023. 12. 2.
차알못의 중고차 구매기 1. 우리에게는 어떤 차가 맞을까? 우리 집에는 차가 한 대 있다. 바로 쉐보레 더 뉴 스파크, 경차다. 아이가 있는 집 치고는 흔하지 않은 선택이다. 시댁으로부터 20년이 넘은 차를 물려받아 3년 정도 잘 타고 다니다가 2년 전 폐차시키고 이 차만 남았다. 사실 경차지만 그간 큰 불편함은 없었다. 평일에 차를 쓸 일은 아이를 등하원시킬 때뿐이라 보통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남편은 일주일에 3~4번 정도 출근을 한다) 남편이 출퇴근 길에 등하원을 맡고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내가 맡는 식이었다. 주말에도 스파크를 타고 세 가족이 이곳저곳 쌩쌩 잘만 돌아다녔다. 게다가 경차를 몰면 주유비도 할인되고 통행료와 주차료도 50% 감면이라 가계에도 소소하게 도움이 된다. 예전에 우연히 유튜버 무빙워터님의 이 영상을 봤는데 우리 부부의 가치.. 2023. 11. 20.
위염을 동반한 숙취 끝에,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평소에 잔병치레를 잘 하진 않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심하게 앓는 편이다. 작년엔 코로나가 그랬고, 올해는 이번주가 딱 그랬다. 심지어 이번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가 자초한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어린이집을 통해 알고 지내게 된 학부모님의 초대를 받아 집에 갔다가 양주(발렌타인 21년 산이라고 했다. 찾아보니 무척 비싼 술이었구나.)를 거나하게 마신 것이다. 평소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특히 양주를 마신 날은 인생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주량을 잘 알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분명히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에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는데,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남편이 나를 거의 들쳐 업다시피 해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없다. 보.. 2023. 11. 5.
<노인과 바다>, 그리고 소설의 힘 책을 좋아하고 평소에도 즐겨 읽는 편이지만 나의 독서 취향은 굉장히 편향적이다. 경제경영이나 에세이 류는 즐겨 읽지만 소설책은 일 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게 읽는 편이다. (방금 이 문장을 적고 궁금해서 밀리의 서재 통계 기능을 통해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경제경영 - 에세이 - 자기계발 순으로 읽고 있었다.) 소설은 막상 읽기 시작하면 금세 몰입해 그 어떤 책 보다 빠르게 완독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고를 땐 소설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어차피 시중에 평생 읽어도 모자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책이 읽는데, 이왕 읽는다면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고르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에 대한 나의 이 편견은 한 달 전.. 2023. 10. 23.
만년필 세계 입문기 (feat. 라미 사파리, 트위스비 에코, 펠리칸 M200) 만년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 즈음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가 만년필 제조사로 유명한 라미와 콜라보한 제품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저렴하게 구입해 두었는데, 몇 년간 방치해 두었다가 작년에 갑자기 꺼내보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새 제품이었음에도 잉크가 나오지 않아 불량인가 하고 당황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제품 (제품명은 '라미 사파리'로 입문용 만년필로 가장 유명하다) 은 장기간 쓰지 않으면 잉크가 잘 마른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만년필을 분해해 잉크를 녹이고, 또 녹인 잉크가 아까워 검색하다가 아예 컨버터와 병잉크를 추가로 구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만년필을 살렸는데 생각보다 만년필을 쓰는 느낌이 좋아서 또 폭풍 검색, 라미 사파리와 함께 입문용 만년필로 유명한 .. 2023. 10. 11.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개최하는 연중 가장 큰 행사를 목전에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틈틈이 일을 했다. 입 안에는 진작에 혓바늘이 돋았고 입술에는 물집이 잡혔다. 줄곧 대기업에만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오니 항시 일손과 시간이 부족하다 (분명 작년의 나는 대기업으로 이직했었는데 올초 회사가 독립해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스타트업 직원이 되어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임져야 하는 업무의 범위도 넓어졌을뿐더러 내 업무를 백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그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작년 이맘땐 입사한지 한 달 만에 출장지에서 발표를 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아래 포스트 참고), 올해는 행사 준비도 맡게 됨과 동시에 행.. 2023. 9. 3.
요가, 지난 8개월의 수련 기록. 햄스트링 부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가 수련을 다시 시작한 지도 어느덧 8개월이 다 되어간다. 2023년 가장 열과 성을 다한 게 요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요가에 진심이었다. 매 수련이 소중하고 특별해서 지난 수련 과정을 정리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지 몇 주가 지났음에도 좀처럼 마무리하지 못했었다. 블로그에 '초보 요기니'라는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하나의 포스트에 모든 것을 담겠다는 생각이 writer's block의 주범인 것 같아서. 수련에 대한 기록은 앞으로도 차차 이어나가기로 하며,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수련 중 겪은 부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요즘의 마음가짐에 대해 썼다. 새벽 요가를 다시 시작하다 재작년 제주도에서 지내는 한 .. 2023. 8. 22.
폭염, 그리고 씨솔트 카라멜 콜드브루 학창 시절 지리 수업의 한 단원에서는 각 지역별 지형의 특징에 대해 다뤘다. 다른 지역들은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지만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설명만큼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분지라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어렸을 때는 이 사실이 꽤나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매년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조금씩 더한 더위와 추위를 겪으며 살고 있다니. 가만히 있어도 날씨에 대한 경험치가 올라간 것 같아 괜히 우쭐했다. 몇 년 전 “대프리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땐 이미 서울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지난 뒤였지만 ‘역시 대구는 대구지.‘ 하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젠 다 옛말이다.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이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 202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