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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초보 요기니

사바아사나의 재발견

by Heather :) 2024. 1. 9.

   어떤 요가도 마지막은 사바아사나로 끝난다. '송장 자세'라고도 불리는 사바아사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트 위에 가장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자세로, 고된 수련 끝에 맛보는 달콤한 휴식과도 같다. 

사진은 작년 제주


 
   연말에는 독감인지 코로나인지 모를 바이러스로 심하게 앓았다. 내 인생에서 감기로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해열제를 먹어도 며칠간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열이 떨어지고 난 후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심한 기침을 했다. 기침이 얼마나 심했냐 하면 기침을 하다가 구역질을 해 화장실로 달려가기 일쑤였고, 특히 건조한 밤에 기침이 더 심해져 본의 아니게 자꾸 남편과 아이를 깨우는 바람에 혼자 거실에 나와서 잠을 청해야 했다. 기침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낫는 속도가 더뎠다. 감기는 결국 기관지염으로 이어졌고 독한 약을 종류를 바꿔가며 숱하게 집어삼켜도 잘 낫지 않았다. 

약쟁이로 살았던 23년 연말

 
   내가 다니는 요가 학원은 정책상 수강권 홀딩이 되지 않는데 다음 주에는 낫겠지, 그 다음 주에는 꼭 나을 거야 하며 미루고 미루다 어느 시점부터는 매일 가야지만 수강권을 소진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기관지염이 온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을 가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사바사아나의 시간이 되면 그렇게 괴로울 수 없었다. 오히려 동적인 자세를 할 때는 괜찮았는데 누워 있는 자세가 기관지를 건드리는지 사바아사나 시간에만 자꾸만 마른기침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기침을 덜해보고자 온몸에 힘을 주며 버텨야 했다. 3분이 3시간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가장 편안한 동작이 가장 불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 또 반대로 이번 생에는 글렀다 싶은 동작이 어느 날 어랏? 하며 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요가는 겸허한 수련이다. 아픈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가벼운 기침이 남아 있지만 오늘의 사바아사나는 평소와 같이 편안하고 고요했다. 그래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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