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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루틴과 감사일기

by Heather :) 2024. 1. 12.

   어렸을 땐 내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생각해 보면 그땐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주목받기를 즐겼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예정된 장학금을 포기, 휴학을 한 뒤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결혼을 한 지 100일 만에 혼자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사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선택은 아니었다.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

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편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

heatherblog.tistory.com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절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내가 원칙과 질서가 있는 환경을 더 편하게 여기는 성향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가끔은 철없고 객기 어린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그저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예전에 비하면 작게나마 나만의 루틴, 정착한 습관,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이 생긴 요즘은 다른 한편으로 매우 감사한 지점이다.
 

   올해 들어 우리 부부의 새로운 루틴 중 하나는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며 각자 '감사한 일'과 '잘한 일'을 이야기해 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3년 전에 나의 제안으로 시작했다가 몇 번 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는데 이번에 새해를 맞아 다시 해보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3년 전이면 여름이(태명)가 태어난 지 1년이 되기도 전인데, 예전에 노션에 정리한 글을 읽어보니 여름이의 사소한 성장 과정도 보여서 좋았다. 사실 이런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어디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더 꾸준히 해볼걸'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적어둔 게 어디야' 하는 안도감이 공존한다.

이름과 특정 지명이 나온 곳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보라색 캐릭터: 나, 초록색 캐릭터: 남편, 흰색 캐릭터: 여름이)

 
 

   다들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고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한 때가 있다. SNS에서 그들의 행복을 볼 때마다 나는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꼈고, 그들의 행복에 불행해지는 나 자신이 후지다고 생각하며 자주 자책했다. 하지만 누군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한 것처럼 행복은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비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매일의 일상, 그리고 꾸준한 루틴에서도 늘 있다. 오늘도 무탈히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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