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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

by Heather :) 2020. 1. 20.

   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편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하던 중, 그 전 학기에 신청하고 면접을 봐 두었던 학교 미국 유학 장학생에 최종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교환학생 준비는 그만두었는데 졸업하고 돌이켜보니 그 결정이 내심 아쉬웠다. 내가 지원받은 장학금은 비행기부터 학비, 체재비를 포함한 모든 것이 제공되었지만, 정규 학기가 아닌 방학 동안 진행하는 단 두 달간의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교환학생을 함께 준비해 선발되었다면 예비 수업처럼 ESL 과정을 먼저 듣고, 이어서 교환학생으로 내 전공과 관련된 정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튼 그때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시절이었는지 그랬다. 그저 공짜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다는 사실에 들떠있었던 것 같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살았던 집 (2층). 기숙사였는데 미국인 룸메 두 명과 지냈었다.

   그렇게 두 달간의 짧고 강렬했던 미국 생활을 맛보고 돌아와, 캄보디아에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취업 준비를 시작해 운 좋게 몇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져 가장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직 문화, 사람들과의 관계, 부서 이동 등 크고 작은 변화들을 겪으며 울고 웃었던 시기를 보냈다. 내 기억으로는 입사 3년차 즈음되었을 때 토플 학원을 다니며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인즉슨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훨씬 전부터 유학에 대한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4년 차 땐 내가 쭉 동경해오던 본사 해외 마케팅 부서로 이동해 처음 여의도에 입성(?)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고 싶었던 부서에서 내 인생 최악의 팀장을 만났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무렵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가 프로포즈를 했고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다행히 남자 친구는 내 상황과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우리는 사상도 비슷해 연애 기간에도 서로가 서로의 앞길에 발목 잡는 행동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던 것 같다. "공부를 더 하고 싶지만 이게 정말 순수하게 공부를 하고 싶은 것인지, 현실에 지쳐 도피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린다", "단순히 공부를 하고 싶은 거라면 국내에 있는 대학원을 가도 되지 않을까", "회사를 꼭 그만두어야 할까"에 대해 고민을 토로할 때, 나보다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너는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 석사를 해야해' 라며 내 인생의 로드맵을 제시해준 것도 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1년 6월에 입사해 2016년 6월에 퇴사했으니 전 회사에서 딱 5년을 채웠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16년 7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새로운 시작, 내 방과 남편의 손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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