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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석사 유학 준비 타임라인

by Heather :) 2020. 2. 14.

 

유학 준비, 회사, 그리고 결혼 준비 타임라인

 

    유학에 대한 꿈은 꽤 오래전부터 막연하게나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 포스트 참고), 하지만 실제로 지원을 하고 합격 통보를 받기 전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며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에 비해 준비부터 실제 유학길에 오르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타임라인으로 정리하고 보니 2년이 넘는 기간이지만, 이 기간 내내 준비했던 것은 아니고  2015년 하반기 지원 시기 (보통 10월~12월) 몇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잠을 줄이고 통근버스에서 단어를 외우며 빡세게 준비한 것이니, 실제 준비 기간을 조각조각 모아 보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

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편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하던 중, 그 전 학기..

heatherblog.tistory.com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할 당시에는 결혼 준비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지인들에게 결혼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학을 간다고 통보했을 때 대부분이 "도대체 언제 다 준비한 것이냐"고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어떻게 했나 싶기도 하고,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지만 그때는 결혼식 준비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딴짓을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스트레스를 해소책이었던 것 같다. 

 

   각설하고,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타임라인은 아니겠지만 혹시나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계신 직장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서 유학 준비부터 실제 출국까지의 2년 반의 기록을 아래와 같이 짧게나마 공유해 본다. 주요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 더 자세히 다루어 보는 것으로.

 

2014년

  • 신입으로 입사한 조직이 2년 반 만에 통째로 폭발하는 바람에 적성에 맞지 않는 부서로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때 짧게나마 숫자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벤처 투자에 대한 개념을 배워둔 것이 훗날 업무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트대 졸업식 연설에서 말한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처럼, 세상에 완전히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 새 부서에 적응을 잘 못해 유학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본 시기. 두 달 정도 주말마다 토플 학원을 다녀 시험을 쳤고, 다행히 두 번째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매주 꾸준히 영어 스터디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 유학 생활 중인 친구의 누나, 지인의 지인 등과 처음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것저것 탐색했던 시기 (하지만 가진 정보가 없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질문도 뜬구름 잡기였던 것 같다).
  • 예전부터 한국사를 공부해보고 싶기도 했고, 어디서 국비 유학 장학금을 받으려면 한국사 자격증이 필수라고 주워 들어 공부를 해 자격증을 취득한다. (사실 설렁설렁 인강만 듣다가, 시험 전날 정신이 번쩍 들어 연차를 내고 밤을 꼴딱 새 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70점 커트라인에 71점을 받았다. 정말 운이 좋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국비 유학은 지원하지 못하고 자격증만 남았다.)
  • 유학원을 기웃기웃거리다 말도 안 되는 가격표를 보고 좌절.

 

2015년

  • "마케팅"의 "마"자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쿵쾅 하던 시기.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 간절했던 것 같다. 3월 대리 진급을 확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시스템에서 조직도를 검색해 일면식도 없는 TV 해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팀장님께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연차를 내고 여의도에서 면접을 보고 부서 이동을 최종 확정 지었다.
  • 5월 부서 이동. 당분간 유학 생각은 접고 마케팅 경력을 잘 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기업의 마케팅 팀에서 마케팅 기획, 제작은 대부분 에이전시에 외주를 주고, 실제로는 법인 관리, 에이전시 관리가 업무의 주 내용이라는 사실을 그전까지는 몰랐다. 어렵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좌절스럽고 허무했던 기억.
  •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리고 남자 친구(현 남편)와의 오랜 대화 끝에 본격적으로 유학 결심을 하다.
  • GRE Math는 한 달 동안 주말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고, Verbal과 Writing은 유학 카페에서 인원을 모아 인강을 공동 구매해 공부했다 (인강이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 GRE 시험은 두 번 정도 친 것으로 기억하는데,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지만 지원 조건은 충족했기에 더 보지 않고, SOP와 추천서에 집중하기로 한다.
  • 지원할 학교 리스트업. 고민 끝에 전공도 마케팅 관련 학과에 한정하여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주변에 케이스가 없어 준비하면서도 내내 불안했던 기억.
  • 추천서는 학교 교수님 두 분, 회사 상사 한 분께 요청드렸다.
  • 준비 기간이 넉넉지 않고 (SOP 문항이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샘플 에세이 하나를 써두고 복붙할 수 없는 구조), 마케팅 과정이 별도로 있는 학교가 많지 않아 최종 6군데의 학교에 지원했다.
  • Johns Hopkins University 화상 면접. 망했다. (다른 학교들은 따로 면접이 없었는데, 서류에서 떨어진 것인지, 면접이 원래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2016년

  • 결혼식 한 달을 전후로 줄줄이 지원 결과가 날아왔다. 지원한 곳 중 3군데는 합격하고, 3군데는 떨어졌다. 가장 가고 싶었던 Texas A&M University가 떨어져 굉장히 낙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장학금 오퍼와 함께 합격 통지서를 보내왔다.
  • 결혼식은 전까지 입학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deposit $3,000을 지불해야 했다. 꽤 큰돈이라 고민했지만, 결국 버리는 셈 치고 송금.
  • 결혼식. 3월의 신부가 되다. 
  • 주변에 아무나 붙잡고 조언을 구하던 시기. 특히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한국에 두고 유학을 간다고 하니 다들 말리는 분위기 (정작 남편과 시댁에서는 응원해 주셨는데..).
  • 6월 퇴사. 퇴직금과 축의금을 유학 비용에 보태다.
  • 7월 미국으로 출국

 

2016년 겨울, 눈 오는 볼티모어에서 커피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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