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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해외 유학, 유학원의 도움이 필요할까?

by Heather :) 2020. 1. 23.

   유학을 결심하면 유학원은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옵션인 듯하다. 나 또한 단순히 해외로 공부하러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관련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느 국가를 가야 할지, 전공은 무엇으로 할지, 그리고 무엇보다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유학 준비를 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기에 (이전 포스팅에도 적었지만 나는 실제로 출국 한달 전까지 회사를 다녔다) 부족한 준비 시간을 유학원의 도움을 받으며 보완해 나갈까 진지하게 고민했고, 실제로 두 곳의 유학원을 contact 해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

대학 시절부터 항상 가슴 한 켠에 외국 유학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활용해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을 다니며 교환학생을 위한 토플 시험을 준비하던 중, 그 전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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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유학원의 도움 없이 준비했다. 유학원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benefit이 내가 지불하는 비용 대비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담을 받으며 내가 느꼈던 유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케이스를 진행해오며 pool이 쌓인 덕분에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조언을 해 줄 수 있고, 그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거 다음엔 이거고, 보통 언제까지 뭘 준비하면 되는지 등 준비를 함에 있어서 큰 흐름에 대해 가이드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지원하더라도 개개인의 동기가 다르고 목표가 다르듯이 나와 완전히 동일한 케이스는 있을 수 없다. 이 점에서 유학원은 (아니, 적어도 내가 상담을 받은 유학원 두 곳은) 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보다는, 과거에 진행한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상담을 받을 때도 '누구는 이렇게 준비해서 어느 학교의 어느 과를 갔더라'는 사례만 주먹구구식으로 나열할 뿐, 나의 현 상황과 목표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유학원은 대게 지원 학교 리서치, 서류 제출 대행 등에 대한 비용이 별도로 책정되는데, 나는 이 비용이 너무 아까웠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나와 함께 내가 갈 학교, 전공에 대해 조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매우 든든할 것 같기는 했지만, 어차피 최종적으로는 내가 판단하고 내가 결정해야 한다.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에 지원해야 할지, 전공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도 오롯이 나의 몫이고,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정말 해외 유학과 지원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조언과 경험을 공유받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 확신이 없기에 단순히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것인지를 구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나에게는 애초에 유학원을 찾은 이유가 후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유학원 대신 택한 방법은 경험자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 조언을 구하기였다. 추천서를 부탁드린 교수님을 찾아뵙고 교수님의 유학 시절은 어땠는지, 요즘 학계에서 어떤 분야가 유망한지에 대해 여쭈어 보았고, 학교 동문들 중 유학 중인 분들을 알음알을 찾아 유학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한정된 시간 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많은 분들의 다정하고 진심 어린 조언들을 종합해, 유럽보다는 미국으로 (당시 유럽 경기가 최악이기도 했고, 전반적인 대학의 인지도 측면에서도 미국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반 석사보다는 나의 학부 전공을 살려 경영대로 준비하겠다는 큰 방향성을 잡았다. 그리고 이 와중에 학교 선배이자 당시 프리랜서로 번역 일을 하고 계신 분을 알게 되어 나중에 SOP (Statement of Purpose) 번역을 의뢰했다. 유학원에서 제시한 비용의 10%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이 글은 유학원은 무조건적으로 불필요하니 이용하지 말라고 종용하는 글은 아니다. 본인의 처지나 상황에 따라, 유학원의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케이스로 남편이 있는데, 사실 남편도 작년에 잠시 휴직을 하고 유학을 준비했던 적이 있다. 영어의 허들 때문에 결국 최종 지원까지 가지 못하고 지금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최근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 유학 준비를 할 때 가장 후회되는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은 '유학원의 도움 없이 혼자 다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 유학원은 굳이 필요 없다고, 모든 건 스스로 준비하는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나였다..). 유학원을 통해 준비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모르지만, 특히 남편같이 평소 해외 생활이나 외국어에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유학원이 제공해주는 리소스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유학만 해도 여러 루트를 통해 갈 수 있듯이, 이 선택에 있어서 정해진 답은 없으며 본인이 처한 상황과 니즈에 맞추어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운 유학 시절,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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