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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고급 영어를 구사하기 위한 여정 (1) 미국 유학은 다녀왔습니다만

by Heather :) 2020. 3. 21.

   영어를 학문으로 본다면 (개인적으로 '영어' 자체를 학문으로 보지는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과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어렸을 적부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꽤 흥미가 있어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업무적으로도 영어를 쓸 일이 꽤 있어 십수 년 동안 배운 언어를 낭비하지는 않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석사 시절, 영어 때문에 꽤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 가자마자 현지인들이 쓰는 영어와 내가 한국에서 배운 영어 사이에 꽤 큰 갭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거 엄청 비싸다!"를 영어로 표현할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It's very expensive!"라고 말할 것이다. 이 번역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자의 상황에 따라, 그리고 말하는 뉘앙스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다는 게 ("It costs an arm and a leg!", "Seriously?" 등등),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책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현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자.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이야"는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까? 바로 "It's my type"이라고 나온다면 축하한다. 당신의 영어 실력은 중급 이상이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It's my style"이라고 번역하는데, 이 표현은 전형적인 콩글리쉬이다. 그렇다면 현지인들은 어떻게 말할까? 이 문장에도 다양한 표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와 친하게 지냈던 싱가포르 친구는 "It's my cup of tea" 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물론 "It's very expensive" 또는 "It's my type"이라고 말해도 문제는 없다. 틀린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급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현지인들이 실제로 쓰는 표현들을 익히고 싶었다. 캐주얼한 대화에서는 관용구나 숙어를 써서 좀 더 풍부한 표현을 하고 싶었고, academic writing에서는 좀 더 있어 보이는(?) 글을 적고 싶었다 (물론 있어 보이는 글을 적는다고 성적이 올라가진 않는다). 팀 프로젝트에서 Google Docs로 열심히 내가 맡은 부분을 작성했는데 나보다 7~8살은 어린 친구한테 작문 교정을 받는 것이 창피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는 내가 아직까지도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를 마음속 한켠에 두고 있는 이유다.

 

 

영어가 어렵다보니 Data Analytics, Statistics 같은 수학 과목에 더 흥미를 느꼈다.

 

 

   사실 모든 언어든 초급을 위한 자료는 무궁무진하다. 초급이라면 사실 책이나 학원을 굳이 따지지 않고 시중에 있는 자료 중 본인의 공부 스타일과 가장 맞는 자료로 꾸준히 공부를 한다면 단기간에 어느 정도 실력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급, 혹은 중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레벨업 하기 위한 자료는 많지 않은데 (수요가 적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영어 실력을 네이티브 수준으로까지 향상할 수 있을까? 너무나 뻔하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학 시절 일부러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룸메이트를 구했고, 일요일에 한인 교회 대신 동네에 있는 현지 교회를 다닌 이유이기도 하다. TV 프로그램도 당시 JTBC 썰전 (탄핵 시국이라 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기본적으로는 알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을 제외하고는 한국 방송은 일절 보지 않았다. 

 

   덕분에 짧은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몇 달간은 영어 사용이 확실히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영어가 편해졌다'와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살짝 다른 문제지만), 실제로 오히려 미국에 있을 때 벌벌 떨었던 외국인과의 전화 통화를 한국에서 자신감 있게(?) 하기도 했다 (귀국하며 마무리했어야 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통화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어도 근육과 같아서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애써 키워둔 것마저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귀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찾아왔고, 그 무렵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언어 교환 버디를 찾았고, 또 유학길에 오르며 한동안 쉬고 있었던 영어 스터디에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작성하다보니 글이 길어져 다음 포스트에서는 오늘 포스트에 이어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과 유용한 자료 등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d...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던 나의 유학 시절 (Design Leadership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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