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교에서는 매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유학 준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설명회를 개최하는 주체가 학교가 아닌 졸업생이라는 점인데 (물론 학교에서 홍보나 장소 제공 등의 지원은 해주고 있지만), 올해는 그간 매년 자발적으로 설명회를 준비해 주시고, 해외 유학 출신의 모교 동문들 페이스북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계시는 친한 지인분의 추천으로 경영대 섹션의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는 준비 과정이나 해외 생활 등 유학 관련 주제를 하나 선정해 발표를 해야 했으나, 워낙 변수가 많은 육아 때문에 별도의 발표 자료까지 준비할 시간을 내기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마지막 순서로 예정된 Q&A 세션에만 참가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 본격적으로 Slido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MBA가 아닌 일반 석사 전공이 특이하기도 하고, 특히 그중 마케팅 석사는 더욱더 흔치 않은 이력이기에 나에게 질문들이 쏟아졌다. 코로나의 여파로 외국 대학에서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서, 해외 유학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 열기가 뜨거워 놀랐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MBA가 아닌 일반 석사, 심지어 학교마다 잘 개설되어 있지도 않은 마케팅 전공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이한 이력. 거기에 결혼과 유학 준비를 병행하게 되어 유학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혼 기간을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 주변에 유학을 간 선배분들을 아무리 수소문해봐도 나와 동일한 케이스는 찾지 못했고, 또 많은 이들이 나의 유학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그것이 회사에 최종 사직서를 내고 비행기에 올라타기 직전까지도 마음 한 켠의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게 한 주요 요인이었다. 그래서 나의 특이한 이력이 어느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력으로 기억되어 그들에게 희망과 도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질문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어느덧 3년도 더 된 일이다보니, 이야기를 하며 그때의 즐거웠던 추억 (안 좋은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져 좋은 것만 남아있지 않는가) 도 함께 떠올라 나에게도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당시의 나는 무모하기만 했지 치밀하지는 못해서, 단순히 회사원의 생활 도중 다시 공부가 하고 싶었고, 이 공부가 앞으로의 내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움직였다. 지금보다 몸이 가벼운 것도 한 몫 했지만. 다행히 석사 이후 그토록 원했던 IT 업계로의 이직, 그리고 디지털 마케팅으로의 커리어 전향을 이루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만족하지만 다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꼼꼼히 조사하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럼 그때와 같은 무모한, 혹은 용기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설명회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과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아래의 영어 블로그에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인, MBA와 MS 과정의 차이점은 예전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으니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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