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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볼티모어의 치안 (Feat. 집은 어디로 구할까?)

by Heather :) 2020. 3. 11.

   유학 준비에 대한 포스트만 올리다 보니 지겨워져서 오늘은 시간을 조금 건너뛰어 실제 미국 생활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존스홉킨스 대학으로 최종 결정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슬슬 공개를 하던 시기에 미국에 대해 잘 알거나 미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볼티모어 괜찮겠어?"

 

   이 한마디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그들이 의미한 볼티모어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치안일 것이다. 미국에서 디트로이트 다음으로 범죄율이 높은 곳. 범죄물 미드 '더 와이어'의 배경지가 된 곳. 총기 사고로 하루에 한 명 꼴로 사망하는 곳. 볼티모어에 대한 수식어는 이렇게 다양하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워싱턴과 워싱턴주가 다르다는 것도 대학생 때 워싱턴 주로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gage) 과정을 들으러 갔을 때 처음 알게 된 내가 볼티모어의 치안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존스홉킨스 대학에 지원할 때만 해도 미국 동부에 있는지 서부에 있는지조차 몰랐으니까. 하지만 막상 가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쫄보인 나의 성격에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또 내가 진학한 2016년 바로 직전 해에 볼티모어에서 인종 차별 이슈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볼티모어뿐만이 아니라 미국 사회 전역으로 사회적 이슈로 퍼지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아래 기사 참고).

 

미국 볼티모어에서 대규모 폭동 (사진, 동영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구금 중 사망한 흑인 프레디 그레이(25)의 장례식이 열린 27일(현지시간)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져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메릴랜드 주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시 휴교령과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나 폭동 양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수습에 나섰음에도 흑인을 겨냥한 경찰 폭력...

www.huffingtonpost.kr

 

   실제 내가 살면서 느낀 볼티모어는 확실히 위험한 도시는 맞았다. 특이한 점은 도시 전역이 위험한 것은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 지역에 슬럼가가 모여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20~25분 남짓한 길은 큰 길로 갈 경우 굉장히 안전했는데, 조금만 다른 블록으로 꺾어 들어가면 갑자기 바로 전 블록과는 확연히 다른 음침한 분위기의 지역이 나오는 것이었다. 안전한 지역과 위험한 지역이 뚜렷이 구분되어있지 않고 이상한 질서로 하나의 지역에 공존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저녁 7시가 넘으면 내가 살던 downtown 지역은 물론 도시 전체가 유령 도시처럼 고요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9층에 있던 내 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시각에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흑인들 뿐이었다. 인종 차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집은 온전히 쉬는 곳이고, 공부는 이제껏 항상 학교나 카페에서 해오던 나의 공부 습관도 20여 년 만에 바뀌었다. 아니, 바꿔야 했다.

항상 공부는 밖에서 다 하고 집에서는 쉬기만 했던 나의 공부 습관을 바꾸어준 볼티모어의 치안

 

   어쩌다 한두 번 집에서 10~15분 거리에 사는 친구 집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걸어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온 몸에 신경을 곤두서야 했다 (그마저도 혼자 걸어간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먼 곳에 사는 친구의 집에 가게 될 경우 차가 있는 친구가 함께 가는지 체크했다. 또 가끔 친구 차를 얻어 타고 장을 보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이면 노트북 같은 비싼 아이템은 항상 트렁크에 옮겨놓고 자리를 비우곤 했다. 좌석에 놓여 있는 것을 보이면 차 유리를 깨고 훔쳐 가는 경우가 워낙 흔해서.

 

   이런 이유들로 조심하고 예민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서 누군가가 도저히 못살겠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미화된 것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좋은 기억이 더 많은 곳이니까. 내가 살던 Mt. Vernon 지역에 있던 Washington Monument 옆 분수대에서 가끔 열리던 음악회도 그립고, 근처 푸드코트에서 먹던 쌀국수, 가끔 기분 좋을 때 마셨던 사케도 가끔 생각난다. 집 앞 공원에서 한 달에 한두 번 무료로 상영해주던 야외 영화관도 생각난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방해가 된다고 욕했지만).  

내 방 창문 너머로 보이던 야외 영화관

 

   그렇다면 볼티모어에서 집을 구하려는 분들을 위해, 어느 지역이 안전할까? 크게 세 지역을 꼽을 수 있는데, 내가 다닌 경영대가 위치한 Inner Harbor, 음대가 있는 Mt. Vernon (내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존스홉킨스 대학교 메인 캠퍼스가 위치한 Charles Village (다만, 이 지역은 내가 자주 가던 지역이 아니고, 후기를 살펴보니 안전한 곳과 덜 안전한(?) 곳이 있는 것 같아 세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이다.

출처: 존스홉킨스 KGSA (Korean Graduate Student Association) 웹사이트

 

1. Inner Harbor

   볼티모어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 그만큼 비싼 지역이다. Inner Harbor라는 이름에 걸맞게 볼티모어 남쪽 항구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주변으로 쇼핑몰과 호텔,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다. 한창 집을 알아보고 있을 때, 아는 분이 안전한 지역을 고르고 싶다면 유기농 마트인 홀푸드 마켓 (Whole Foods Market) 이 가까운 지역으로 구하면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역시 Inner Harbor 근처에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가 다닌 경영대는 메인인 홈우드 캠퍼스가 아니라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에 집을 구했다면 학교도 가깝고 안전에 대한 걱정도 없어 참 좋았겠지만, 그만큼 집세도 비싸기 때문에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동네다. 하우스 오브 카드, 포레스트 검프로 유명한 로빈 라이트 (Robin Wright) 도 이 지역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Inner Harbor에서 바라본 석양 

 

2. Mt. Vernon

   내가 살았던 지역이다. 학교 사이트에서 알게 되어 1년간 룸메이트로 지냈던 싱가포르 친구 (이 친구는 Medical School 대학원생이었는데, Medical School 근처는 위험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의 추천으로 최종 이 지역으로 결정하게 되었는데 살면서 만족도가 높았다. 학교까지 걸어서 20~25분 거리로 운동 삼아 걷기 좋았고,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인 Charm City Circulator를 타면 더 빨리 도착했다. 집세는 Inner Harbor 지역 평균의 반 이상 저렴했던 것 같다. Mt. Vernon 지역은 Downtown으로 볼 수 있는데, 그만큼 Inner Harbor의 휴양지 느낌(?)과는 또 다르게 도시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럼에도 곳곳에 고전풍 건물도 많고, 다양한 로컬 음식점도 많아 매력적인 곳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 Park Charles

 

3. Charles Village

   존스홉킨스 대학 메인 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곳이다. 사실 메인 캠퍼스에는 자주 갈 일이 없어서 (도서관 몇 번과 졸업식날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으러 잠깐 다녀온 게 전부이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주변인들에게 들어보면 Charles Village 동네 자체가 안전하다라기 보다는 캠퍼스 근처라 보안 요원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메인 캠퍼스로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일부러 Inner Harbor나 Mt. Vernon 지역에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캠퍼스 주변에 사는 장점도 많으니까. Charles Village에서 27번가 기점으로 북쪽, 그리고 North Charles Street에서 동쪽으로 두세 블록 내 집을 구하면 안전하다고 한다.

존스홉킨스 메인 캠퍼스 (홈우드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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