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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호기롭게, 퇴사 후 유학

해외 경영 석사, MBA와 MS 과정의 차이점은?

by Heather :) 2020. 3. 2.

   많은 이들이 내가 미국에서 마케팅 석사를 하고 왔다고 하면 흔히 MBA를 하고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마치고 돌아온 과정은 Master of Science in Marketing, 즉 MS이다. 며칠 전에도 첫 회사의 동기 오빠가 미국 유학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며 오랜만에 연락이 와 MBA 과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이제껏 내가 MBA를 하고 왔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나도 처음 미국 석사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이 둘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지 못했고, 본격적인 석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점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간단하게나마 이 두 과정의 차이점에 대해 다루어볼까 한다.

 

 

1. General vs. Special

 

   MBA와 MS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는 학문의 차이다. '경영'이라는 학문은 인사, 회계, 마케팅, 재무 등 여러 세부 과목으로 나눌 수 있고, 이 세부 과목별로 차이가 다른 전공들에 비해 큰 편인데 - 예를 들면 (요즘은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지만) 일반적으로 재무는 숫자에 밝아야 하고 마케팅은 다양한 외부 자극에 의한 아이디어 발굴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듯이 - MBA에서는 이 모든 과목을 A부터 Z까지 다 다루게 된다. 즉, MBA는 큰 그림에서 조직이 운영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함이며, 배우는 학문의 종류가 다양하되, 배움의 깊이가 MS에 비해 얕기 때문에 generalist에 가깝다. 반면 MS는 "MS in Marketing", "MS in Finance" 같은 전공명에서 알 수 있듯이, 경영학의 특정 분야에 집중해 배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배우는 학문의 폭이 굉장히 좁고 깊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specialist로 양성하는 것이 과정 자체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첫 회사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시, 진급 시 등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교육 과정이 있었는데, 이때 직군에 상관없이 마케팅과 회계학을 가르쳐 시험을 보았다. 이 두 학문이 경영의 기본이라는 판단 하에 모든 사원이 수강하도록 교육 과정에 포함한 것이다. 반면에 직군별 세부 과정도 별도로 개설해, 직군에 따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하였는데 (예를 들면, 개발 직군의 사원이 관심이 있다고 해서 인사 직군 과정으로 분류된 수업을 신청할 수는 없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전자가 MBA, 후자가 MS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1년 신입사원 연수. General management의 전반에 대해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

 

2. 지원 조건

 

   1번과 연결되는 이야기지만, 배우는 학문의 범위와 폭이 다르다보니 MBA의 경우 실무 경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본인이 하고 있던 업무를 넘어 큰 그림에서 회사의 경영 전반에 대해 학습하기 위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도 MBA의 지원 자격에 보통 2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MS 과정의 경우 지원 자격에 경력을 요하지 않는다. 나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MBA에서 배우는 과목이 학부 때 이미 배웠던 과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또 당시 특정 커리어로 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라고 생각해 경력 측면에서 지원 자격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MS 과정에 지원하게 되었다.

 

   다만 지원을 할 때는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지 못했는데 실제 겪어보고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대부분 실무 경력이 없는 갓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나와 반대로 MBA를 지원하고 싶었지만 지원 자격이 되지 않았기에 MS로 온 케이스였다). 내가 경력도, 나이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다 보니, 수업으로부터 배움은 분명히 있었지만 경영대에서 수업만큼이나 중요한 팀 프로젝트를 할 때 리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냥 놀고 싶어 하는 동생들을 붙잡아두고 이래라저래라 잔소리하는 누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반대급부에서 생각해보면 첫 회사에서 5년 내내 막내만 하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리더 역할을 해보니 배우는 점도 많았고, 이는 실제로 현 회사에 중간 관리자로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이 깊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도 많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석사 졸업식. 배울 점이 많았던 친구들과 함께 Beta Gamma Sigma* 띠를 걸치고.

 

3. 학위 취득의 목적

 

   마지막으로 MBA와 MS가 구별되는 점은 사람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배움에 있어서 추구하는 목표 또는 학위 취득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2번과 연결되는 내용이지만, MBA는 경력 연수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실무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이들의 대부분은 회사 생활을 하던 중, 혹은 개인 사업을 하다가 필요에 의해 MBA를 취득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교에 따라 풀타임 이외에도 파트타임 MBA 과정을 별도로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대부분의 MS 과정은 풀타임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실제 수업과 팀 프로젝트를 통한 배움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교수, 또는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다. 실제로 내가 다닌 존스홉킨스 경영대에서는 이러한 니즈를 잘 이해하고 매주 1회 정도 네트워킹 이벤트 또는 외부 초빙 강연을 개최하곤 했는데, 경험상 MS 과정에 있는 학생들보다 MBA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학교 로비 또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핑거 푸드와 와인을 먹고 마시며 여러 사람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네트워킹 행사는 이런 문화가 익숙지 않은 나에게 가장 challenging한 이벤트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기회가 되면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집에서 학교 가는 길. 평화로운 Inner Harbor의 풍경.

 

 

   이 외에도 MBA와 MS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겠지만, 리서치 그리고 실제 경험으로 체감했던 부분은 위의 세 가지 정도였다. 어느 것이 더 좋다, 덜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본인의 상황, 학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점검한 후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인생에서 꽤 큰 시간과 돈을 들여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기간이니 이왕이면 신중을 기해 결정해 결과에 대한 후회를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 Beta Gamma Sigma (BGS): 전 세계적으로 AACSB(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 인증을 받은 경영 대학의 성적 우수 학생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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