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남겨보는 어제 하루.
#1
전날 자정이 넘어서 잠든 아이가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더니 “오늘 엄마 생일이야?”라고 물었다. 맞다고 하니까 기뻐하며 나보다 더 신나서 집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아마도 엄마 생일이라서가 즐거운 게 아니라 촛불을 불고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즐거운 것일 테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도 선생님께 엄마 생일이라고 자랑을 했나 보다. 오후에 어린이집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알림장이 왔다.
#2
아침엔 어김없이 요가를 가고 (전날 잠을 조금밖에 못 잔 탓에 초반엔 나른해서 약가 졸다시피 했는데 마지막은 불태웠다 🔥) 점심땐 오전에 잠깐 출근한 남편과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한정식 집인데 평일 런치 메뉴도 4만 원 정도 하는 곳이라 (평일 저녁이나 주말은 말할 것도 없이 훨씬 더 비싸고) 차마 갈 엄두를 못 냈던 곳이다. 식당은 역시 특별한 날에 가기 좋은 곳이었다. 메인 메뉴인 갈비를 비롯해 사이드 반찬들도 다 하나같이 맛있어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3
일과 중에도 친구들과 직장 동료, 그리고 자주 연락을 못한 지인들로부터 축하 연락이 왔다. 반갑고 또 감사했다. 나도 아무리 바빠도 다른 이들의 특별한 날을 챙겨주는 섬세한 사람이 되어야지.
+ 토스에서도 이렇게 귀염뽀짝한 생일 축하 메시지를. 토스 일 잘하네.
#4
점심을 남편과 둘이서 오붓하게 축하를 했다면 저녁은 아이와 셋이 함께 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평소보다 조금 일찍 데려와 동네에 미역국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갔다. 종업원이 살짝 불친절했지만 생일이니까 모든 것이 용서된다. 생일 인증을 하면 작은 케이크도 선물로 준다.
바로 집에 가기 왠지 아쉬워 근처의 스타벅스에도 들렀다. 달달한 음료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 나만의 철칙이 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밀크티를 시켰다. 밀크티는 플라스틱 텀블러에 담겨 있었는데 텀블러는 재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요가 갈 때 가지고 다녀야지. 가지고 있던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끌어 모아 포크 세트도 구매했다.
#5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남편이 사 온 케이크를 이제야 열었다. 셋이서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아이가 대신 초를 불었다. 이미 배가 너무 불러 많이 먹진 못했는데 다음날인 오늘 남은 케이크를 클리어했다.
#6
집에 도착하니 택배가 하나 와 있었다. 작년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입한 싱잉볼이다. 펀딩 신청 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깜짝 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바로 포장을 뜯어 아이랑 신나게 싱잉볼을 치며 놀았다. 아이가 구성품에는 없던 얇은 나무 채를 가지고 싱잉볼을 치고 있길래 장난감 상자에서 가져왔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얼마 전에 산 카키모리 딥펜의 펜대였다... 애지중지하며 아껴 쓰고 있었는데 펜대에 기스가 잔뜩 생겼다. 어제 하루 중 유일하게 슬펐던 순간 🥲
#7
남편이 생일 선물로 필요한 걸 사준다길래 세 가지 후보군을 제시했다. 1. 만년필, 2. 키보드, 3. 헤드셋. 세 제품 모두 50만 원 정도로 가격은 비슷하다고 말하니 남편이 헛웃음을 치며 헤드셋을 사라고 했다. (남편은 평소 나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주는 편이지만 왜 만년필과 키보드가 헤드셋과 가격이 같아야 하는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넵! 결재해 주셨으니 당장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미라클 모닝 시간은 헤드셋 서칭을 하는데 다 썼다. 3시간가량 서칭하며 마지막까지 고민한 모델은 슈어 에이오닉 50 Gen 2와 젠하이저 모멘텀 4였는데 결국 내가 주문한 건 생뚱맞게도 바워스앤윌킨스 Px7 S2e이다. 구매하려고 하니 B&W가 더 상위 모델임에도 앞의 두 모델보다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10년 전쯤 큰맘 먹고 구입한 보스 이어폰 (몇 년간 매우 잘 쓰다가 아이폰으로 변경하면서 중고로 팔았다) 이후 오랜만에 구입한 고음질 음향 기기다.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로 자주, 그리고 오래 쓰면 그게 남는 거지 뭐. 아무튼 남편, 생일 선물 고맙소.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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