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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

2020년,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by Heather :) 2020. 1. 16.

   1월도 벌써 반이 지났다. 12월 말부터 1월 초에 걸쳐 제주 열흘 살기를 하고 돌아와 실제로 일상에 복귀한 것은 1월 둘째 주부터이니 아직 새해의 설렘과 이것저것 할 수 있다는 의지의 잔열감이 남아있는 시기다.

 

   새벽에 일어나 (이번주부터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새해 다짐을 브레인스토밍을 해보다가 "나의 legacy 남기기"라고 적었다. 사실 "legacy"라고 하면 다소 거창하지만, 이 전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드문드문 나의 흔적을 남겨오고 있었다. 회사 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주로 페이스북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했었고, SNS 상에서 보여주기 살짝 주저하게 되는 진솔한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풀어냈다 (이 계정은 남편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미국 석사 기간 중 들었던 Design Leadership 이라는 수업에서 매 시간의 수업 log와 이에 대한 감상을 적어 학기말에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단순히 보고서처럼 작성해 제출하기는 싫어 처음으로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개설해 수업 내용을 담았고, 이후에 이 블로그는 내 개인 포트폴리오처럼 사용해오고 있다. (글이 많지는 않지만, 영문으로 작성하다 보니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공간이다)

 

   그러다 작년 초부터 소소하지만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들이나 과거의 특별한 경험 (나의 경험이 유독 특별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모든 이의 경험은 특별하니까) 들을 글로 정리해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런데 그것을 채워줄 공간이 내가 관리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는 마땅치 않았고, 그렇다고 새로운 공간을 하나 더 개설하기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 머뭇거리다 어느덧 1년이 훌쩍 흘렀다. 

우리 회사에서 한 때 유행했던 스티커. 그래서 내가 원하는게 뭐지?! 나도 모르겠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그저 "계획"만 하며 살았던가. 이렇게 1년간 지지부진하게 생각만 하던 중 최근 접한 Medium의 글 'You’re Not Lazy, Bored, or Unmotivated'과 Creative Live의 영상 'How to Make Money' (첫번째 강의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에 새해 뽕(?)이 합쳐져 여기서 공통적으로 강조한 메세지대로 "Just do it" 했다. I just did it! 무려 1년을 끌어왔는데 어제 아침 불과 30분만에 블로그를 개설했고, 지금 이렇게 첫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얼마나 자주 글을 쓸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지만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뻔한 멘트로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래, 일단 시작은 했으니까. 이로써 (열심히 사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놓치고 살았던 내 삶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도 함께 시작한 것이라고. 새해 뽕을 듬뿍 담아 허세 가득한 말투로, 생각도 한번 거창하게 해 보기로 한다.

He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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