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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19년/프랑스] 남프랑스 첫 날의 달갑지 않은 기억 (2) 무스티에 생트마리의 한 레스토랑

by Heather :) 2020. 3. 10.
남프랑스 Day 1: 니스 → 무스티에 생트마리 → 그레우레방

 

   니스에 도착하자마자 젊은 렌터카 직원으로부터 진이 빠질대로 빠진 우리는 (이전 포스트 참고) 첫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관광지인 무스티에 생뜨마리 (Moustiers - Sainte - Marie) 로 향했다. 대한항공 CF에 나와 이미 유명해진 동네다. 그레우레방 (Gréoux-les-Bains) 에 위치한 첫날 숙소에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 잠깐 들러 구경하기로 했다. 

 

[19년/프랑스] 남프랑스 첫 날의 달갑지 않은 기억 (1) 렌터카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며 사실 파리보다 남프랑스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고흐, 샤갈, 세잔 등 많은 예술가들이 무궁한 영감을 받으며 사랑해 마지않았던 곳. 그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며 수많은 예술 작품을 배출..

heatherblog.tistory.com

 

만족스러웠던 레스토랑 겸 카페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드라이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근방에 있는 식당을 검색해 들어갔는데 탄느롱 (Tanneron) 에 있는 Café Restaurant des Voyageurs 라는 곳이었다 (이름도 '여행자들의 카페'라니, 너무 낭만적이잖아).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점심시간을 넘겨 우리가 도착한 시간대에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고 커피와 디저트류만 판매한다고 했다. 커피 두 잔과 레몬파이, 라즈베리파이를 시켰는데 배가 무척 고픈 상태이기도 했고, 홈메이드라 건강한 맛이라 몇 분도 안되어 접시를 다 비워버렸다. 서빙하시던 여사장님도 굉장히 친절하셨고,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멋져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곳의 링크는 포스트 하단에 추가해 두었다).

 

우리가 남프랑스에 오긴 왔구나를 실감하게 하는 외관의 Café Restaurant des Voyageurs 
소박하지만 굉장히 맛있었던 디저트 (겸 식사)

 

 

 

무스티에 생트마리 자체는 아름다운 동네지만...

   여유롭게 커피 한 잔과 디저트를 즐기고 차를 타고 달려 드디어 무스티에 생트마리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였다. 관광지 느낌이 살짝 나긴 했지만, 유명한 곳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해 실망스럽진 않았다. 의외로 실망스러운 경험은 저녁을 먹으려고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발생했는데, 이 곳이 지난 포스트의 렌터카에 이어 남프랑스 첫날 발생한 두 번째 달갑지 않은 기억이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Restaurant La Treille Muscate 라는 곳이었다.

 

Restaurant La Treille Muscate.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

 

 

   미슐랭에도 소개된 곳이라고 해 들어갔는데, 내부에 좋은 빈자리가 많았음에도 우리를 굳이 문가에 있는 자리로 안내해주는 늙은 여사장님. 그래, 다 예약된 좌석일 수 있으니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했던 우리는 코스 요리로 시켰는데, 마지막으로 음료를 주문할 것인지 묻길래 괜찮다고 물 한잔을 달라고 했더니 바로 표정을 일그러시더니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프랑스어로 궁시렁거리며 자리를 뜨는 것이다. 그 뒤로 서빙을 할 때도 본인의 불만을 온몸으로 표출하듯이 접시를 던지듯이 쾅쾅 내려놓는 것이다. 중간에 젊고 친절한 웨이터로 교체되어 다행이었다.

 

 

내가 남긴 구글 리뷰

 

   돈을 지불하고 먹는데 이런 불친절을 감수하는 게 가당키나 할까. 분한 마음에 처음으로 구글 리뷰에 글을 남겼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인종차별일까 싶어 더 민감해졌는데,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니 나와 비슷하게 이 여사장에 대해 불평하는 글이 꽤 많이 보였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그 여사장만의 문제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알고 보니 이 무례한 여사장 한 명 때문에 논란이 많은 레스토랑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음식 맛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딱 하나만 빼고. 전식으로 분홍빛 버터 제형의 무언가가 나왔는데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난생처음 느껴보는 특유의 비릿한 맛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비위가 좋은 남편도 먹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대체 이게 뭘까? 메뉴판을 다시 열어 코스로 나오는 요리 이름들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Foie Gras? 포이에 그라스가 뭘까?" 남편에게 말했다.

   궁금증은 풀릴 때까지 못 참는 나. 구글에 검색해 보았다. 이럴 수가. Foie Gras는 바로 푸아그라였던 것이다.

 

의도치 않게 푸아그라를 먹게 되었다.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주입해 만들어 동물 학대의 논란이 된 그 악명 높은 푸아그라를 이렇게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알았다면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요리가 이렇게 비리고 역겨운 맛이 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이걸 도대체 사람들은 왜 먹는거지. 불친절한 여사장, 그리고 우리가 프랑스 여행 중 먹었던 최악의 음식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제대로 보지 않고 주문한 우리 잘못이지만), 이 두 가지의 콤비로 이 레스토랑은 우리의 일정 중 최악의 장소로 각인되었다.

 

 

믿었던 날씨 너마저...

   10시가 일몰인 파리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6시가 넘으니 벌써 어스름이 깔려오고 있었는데 한국이었다면 당연했겠지만 왠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해가 지기 직전의 하늘은 오묘한 보랏빛을 풍기며 아까와는 다른 이 곳만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고즈넉해진 무스티에 생트마리
저녁이 되니 한산해져서 더 좋았다.
저 멀리서 일몰 진행 중
일몰 직전, 온 동네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일몰 감상도 잠시, 가늘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무스티에 생트마리에서도 차로 한 시간이 더 걸리는 곳에 있기 때문에 해가 아직 남아있을 때 서둘러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는 금세 자취를 감추었고, 비는 점점 거세지더니 천둥 번개를 동반하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한 남프랑스와 거리가 먼 날씨였다. 무스티에 생트마리만 해도 차가 많이 주차를 할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 많던 차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우리 차만 세찬 폭우를 뚫고 우리만 비상등에 의존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낮에는 분명 운치있고 여유롭다고 느꼈을 드라이브길이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로맨틱 코미디가 갑자기 공포 영화로 바뀐 것처럼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구글 지도에선 검색이 되지 않았고, 호스트가 특정 표지판을 보고 꺾어 들어오면 된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지만 깜깜한 밤중이라 표지판은커녕 설명한 작은 길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근방에서 한참을 헤매다 결국 호스트가 우리를 찾으러 내려왔다. 숙소가 매우 경사진 언덕에 위치해 있어 빗물을 잔뜩 머금은 흙길을 올라가는 것도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10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우리는 호스트 부부에게 죄인처럼 연신 "Sorry"를 반복하고 조용히 2층에 위치한 방으로 올라가 빠르게 샤워를 하고 숨을 돌렸다. 창문 밖에는 청명한 공기와 함께 야밤임에도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하루의 긴장감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금세 곯아떨어졌다.

 

깔끔하고 아늑했던 그레우레방의 숙소. 프랑스 여행 일정 중 독채가 아닌 숙소에 묵은 것은 이 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방과 크기가 비슷했던 화장실. 우리만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험난했던 그 날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 지금 이렇게 글로 적는 작업조차 감정적으로 쉽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지쳤던 하루. 하지만 남프랑스에서의 첫날이 아주 강력한 액땜으로 작용한 것일까. 그 날 이후 우리의 일정은 완벽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부부가 남프랑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장소와 에피소드들은 다음 포스트들로 차근차근 풀어볼까 한다.


 

P.S. 아래는 오늘 포스트에서 좋았던 곳만 추천 👇

 

Café Restaurant des Voyageurs

 

Café Restaurant des Voyageurs

★★★★☆ · 프랑스 음식점 · Place de la Mairie

www.google.com

 

Bernard와 Joëlle의 에어비앤비

 

CHAMBRE EN PROVENCE - B&B - Gréoux-les-Bains의 주택에서 살아보기, Provence-Alpes-Côte d'Azur,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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