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별편/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19년/프랑스] 에펠탑이 일상으로

by Heather :) 2020. 3. 4.

   이전 포스트에도 적은 적이 있지만, 파리에서 머물렀던 에어비엔비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바로 에펠탑이 지척에 있다는 것이었다 (숙소는 16구역에 위치). 파리는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한 유명 관광지들이 대부분 몰려 있고 (1~4구역), 에펠탑만 살짝 서쪽 (7구역)에 위치해 있어 에펠탑을 보려면 일부러 그 근처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숙소가 에펠탑 근처에 있다 보니 오며 가며 항상 에펠탑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에펠탑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느낌이랄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파리에 머물렀던 4박 (실제로는 3박이지만) 동안 우리의 일상에 머물렀던 에펠탑의 사진을 몇 장 소개해볼까 한다.

 

 

첫째 날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계획대로라면 전날 저녁에 도착했었어야 했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에 도착해 비몽사몽한 하루를 보냈던 - 아니, "버텼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 날이었다 (이전 포스트 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소에서 조금 걸어 저 멀리서 보이는 에펠탑의 모습에 드디어 파리에 왔구나를 실감하며 아드레날린이 한껏 솟구침을 느꼈던 날.

 

[19년/프랑스] 드디어 도착한 파리. 근데 너무 졸리다.

계획대로라면 첫날 저녁에 파리에 도착해 푹 자고 하루를 시작했었어야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환승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우리는 따뜻한 숙소 대신 차가운 공항과 비행기에서 쪽잠을 잤고, 갓 구운 바케트와 잼..

heatherblog.tistory.com

너무나도 파리스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서 에펠탑이 보인다)

 

 

둘째 날

   오랑주리 박물관 - 스냅사진 촬영 - 퐁피두 센터 - 빛의 아뜰리에 반 고흐 전의 일정이었다. 언뜻 보면 빡빡한 일정이지만 전날 저녁부터 12시간을 넘게 내리 잤기 때문에 기분도, 체력도 쌩쌩했던 날. 버스를 타고 중심지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주말이라 센 강을 옆으로 두며 산책 겸 슬슬 걸어가 보기로 했다. 센 강 주변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킥보드를 타고 있었는데, 남편은 이걸 보고 꽂혀 이 날 이후로 계속 킥보드 타령을 했다. 결국 라임 (Lime) 앱을 깔아 몇 번 킥보드를 타고 이동을 했더랬지. 

(결국 타진 못했지만) 버스 기다리며 에펠탑 감상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하고 세느강 산책으로 대체.

 

   그 날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반고흐전을 보고 나니 거진 밤 9시가 훌쩍 넘었는데, 아직 밖은 오후 4~5시밖에 안된 것처럼 밝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에펠탑에 한번 더 들르기로 한다. 왜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알고 보니 10시부터 (놀랍게도 6월의 파리 일몰 시각은 10시경이었다) 에펠탑이 점등되는데 그걸 보러 사람들이 몰린 것이었다. 마침 10시가 되어 철제 건축물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불이 들어오는데 곳곳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숙소에 가는 길에 우연히 에펠탑을 보러 왔다가 우리도 엉겁결에 이 축제 분위기(?)에 취해 거나하게 한 잔씩 한 사람들처럼 기분 좋게 들어왔다.

에펠탑에 점등이 되는 찰나

사진 찍는 줄 알았는데.

인화해 엽서로 팔아도 되겠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셋째 날

   에펠탑 야경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한 날. 이 날은 몽마르뜨 언덕 - 라파예트 백화점 - 마레 지구의 일정이었고, 오후 시간 대부분을 마레지구에서 보냈다. 마레 지구에 들르기 전,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그 유명한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을 샀다. 

라파예트 백화점. 소문대로 정말 화려하다.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굳이 추가 요금을 내고 에펠탑 케이스에 담아 포장했다.

 

   생각보다 더 좋았던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대로 보내기 아쉬워, 일치감치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잘 준비를 마쳤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에펠탑 야경을 보러 나섰다. 남편이 내일 떠나는 남프랑스에는 라임 킥보드가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 충전한 금액을 오늘 내 다 소진해야 한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바람에, 에펠탑과 반대 방향으로 꽤 걸어가 라임을 타고 돌아왔다 (센 강 주변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킥보드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잔여 킥보드가 없었다). 결국 센 강에 진입하기도 전에 남은 금액을 다 써버렸지만, 돌이켜보면 이 또한 피식 웃음이 나는 추억거리다. 

마지막 날이라 왠지 아쉬워서 에펠탑 바로 앞까지 가보았다.
아껴 두었다가 에펠탑 야경을 보며 한 입씩

한밤중의 댄스 타임.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너무 좋아.

 

 

넷째 날

   니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Chauffeur Prive (프랑스의 우버 격)을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에 발견한 이제는 반갑기까지 한 에펠탑. 이제 또 언제 너의 실물을 볼 수 있을까.

 

 

   사실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파리'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었다. 파리보다 남프랑스에서 머무는 일정을 더 길게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저분하고, 소매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인종 차별도 심하다는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파리는 시크하지만 친절했고, 자유로웠지만 예술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발 디딘 모든 곳에는 에펠탑이 함께 했다.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철제 건축물. 건립 당시에도 파리의 느낌과 맞지 않다며 많은 반대를 무릅썼던 에펠탑이지만, 현재는 명실상부 프랑스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이 곳. 파리지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한껏 느끼며 우리에게 순간순간 '파리에 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 에펠탑.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