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며 사실 파리보다 남프랑스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고흐, 샤갈, 세잔 등 많은 예술가들이 무궁한 영감을 받으며 사랑해 마지않았던 곳. 그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며 수많은 예술 작품을 배출한 곳.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자고로 처음보다는 마지막에 있어야 하는 법. 남프랑스 → 파리 일정이 아니라, 반대의 일정으로 결정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적었고, 남프랑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9개월이 지나 회고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 기억속의 파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고, 남프랑스는 생각했던 것만큼 좋았지만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했던 기억이 잔여물처럼 남아있는데, 그 불편한 기억의 대부분이 남프랑스에 도착한 첫날 발생했다. 물론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이 더 많았고, 우리가 원했던 풍경이나 여유로움 측면에서는 남프랑스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절대치로 비교했을 때 파리보다 남프랑스가 좋았던 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사실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기억만 포스팅해 남겨두면 좋겠지만, 이 경험 또한 우리 여행의 일부이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풀어볼까 한다.
파리에서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출발해 에어프랑스 국내선을 타고 니스로 이동했다. 1시간 반의 짧은 비행 시간이었음에도 에어차이나와 비교했을 때 정말 만족스러웠던 에어프랑스 (자세한 내용은 이전 포스트 참고). 다음에 프랑스에 올 때는 꼭 국내선이나 에어프랑스를 타야겠다고 한번 더 다짐했다.
남프랑스는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는 이상 렌트카는 필수다. 우리도 남프랑스에서 머무르는 6박 중 마지막 일정으로 계획해 두었던 니스에서의 2박을 제외하고는 렌터카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우리의 렌터카 예약 조건은 1) 차가 자동 기어여야 했고 (남편이 2종 면허이기 때문에), 2) 보험이 포함된 조건이어야 했다. 이 두 조건으로 검색했을 때 가장 저렴했던 'Easy Rent Cars'라는 사이트에서 Gold Car 회사의 차를 예약했다. 첫 번째 불편한 사건이 여기서 발생했는데, 바로 Gold Car 직원이 끈질기게 추가 보험 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우리가 이미 보험이 포함된 옵션으로 예약했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입한 보험은 일부만 커버되는 조건이라며 남프랑스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조심해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차 도둑이 창을 깬다던가, 갑자기 밤에 차가 멈춰버리던가 하는) 우리가 보상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며 우리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우리가 이 지역 여행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 직원이 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알지 못했고, 또 보험 약관에 대해서도 잘 몰랐기 때문에 이 협상에서 그들이 우위에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이 낯선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은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는 우리가 이미 예약 당시 지불한 금액의 2/3에 육박한 금액을 추가 보험비로 지불해야 했다. 사실 이 직원이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랄까). 추가로 charge할 명분이 있으니 했겠지. 하지만 불필요한 옵션 또는 중복 옵션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중에 우리가 처음 예약할 때 가입한 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니 그가 말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도 모두 커버가 되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우리가 예약할 때 사용한 렌터카 플랫폼인 Easy Rent Car에서도 예약한 고객들로부터 이런 컴플레인을 자주 받는지 우리에게 전달된 예약 확인증에 "카운터에서의 추가 보험 가입은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보험을 권유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Easy Rent Car 핫라인에 연락해 상담을 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아니면 Hertz 같은 메인 렌트카 업체를 통해 예약을 했다면 (물론 예약 금액은 훨씬 비쌌겠지만)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까. 머릿속에 수많은 'What if' 들을 남긴 채 다소 찝찝한 마음을 안고 우리의 남프랑스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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