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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제주 카페 그 곶

by Heather :) 2020. 1. 27.

   좋았던 곳, 더 소개하고 싶은 곳이 사실 참 많지만, 그중 가장 좋았던 곳들만을 선별해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두고 싶었던 이번 제주 여행. 아마 이번 포스트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매일 다른 곳의 카페를 방문했지만, 그 중 압도적으로 좋았던 곳. 바로 한림읍에 위치한 카페 그 곶 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한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책에서 처음 보고, 이 부부의 올곧은 신념이 느껴져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전 포스트 참고)

제주 열흘 살기를 위한 준비물 (+ 숙소 추천)

어렵게, 또 쉽게 여행지를 정했으니 (이전 포스트 참고),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 열흘 살기를 위한 준비를 하기로 한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차가 필수인데,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장롱면허 11년차다. 다행..

heatherblog.tistory.com

 

   요 몇 년간 제주가 급속도로 뜨면서 집세가 많이 올라 고충이 심하다는 내용을 책에서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불과 얼마 전 집주인과의 계약 문제로 카페 운영을 중단했다가 최근 장소를 동쪽에서 서쪽에서 이전하신 것 같았다. 이전 동쪽에 있었던 카페를 가보지 않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제주의 일반 가정집을 거의 그대로 활용해 아늑한 느낌이었다. 

 

간판이 없으면 일반 가정집으로 착각했을 것 같은 입구
내부도 최소한으로 리모델링해 기존 가옥의 멋을 살렸다.
이 각도에서 보면 영락없는 일반 가정집

 

 

   인스타에서도 "상업적인 촬영이나 개인 촬영은 불가능"하고, "유명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주문을 하고 내부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여사장님께서 조용히 다가오셔서 과도한 촬영은 금하고 있다고 소곤소곤 말씀해 주셨다. 유명해지기를 원치 않는 카페라니. SNS에서 입소문을 타 떠들썩하게 사진만 찍고 가는 그런 카페가 아닌, 한 분의 손님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오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를 자제하는 카페임에도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지 손님이 꽤 많아 우리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테이블이 다 찼는데, 다들 하나같이 말소리를 줄이고 커피를 마시든, 독서를 하든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동네 카페를 제외하고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아니, 동네 카페도 이런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곳에서 일기를 쓰며 생각 정리도 하고, 스터디 자료도 준비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단순히 공간의 편안함만 제공할 뿐 아니라 음료와 디저트류도 수준급이었는데, 커피는 남편분께서 직접 로스팅하시고, 빵은 아내분께서 매일 아침 굽는다고 했다. 임신 후 디카페인 커피 외에는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나는 아쉽게도 차를 시켰지만, 동생한테 커피를 시키라고 강요해(?) 홀짝홀짝 뺏어마셨다 (이럴 거면 그냥 나도 커피를 시킬 걸 그랬다..). 직접 구우신 치아바타로 만든 샌드위치도 한 끼로 충분할 만큼 든든했고, 특히 그 날 준비된 오븐 초콜렛 케이크는 카페인 때문에 처음에 머뭇거리다 주문했는데, 안 먹어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꾸덕꾸덕한 초콜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한동안 숟가락을 내려놓지 못했다. 

 

직접 구운 치아바타로 만들어주신 샌드위치
이 초콜렛 케이크는 나의 인생 케이크로 등극했다.

 

 

  혼자 와서 테이블을 하나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도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살가운 말 한마디보다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워진 곳. 오래 머물렀고, 또 오래 머물고 싶어 지는, 내가 상상한 제주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제주 카페 그 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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