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차이

   예상치도 못하게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예전 회사와 협업할 기회가 생겨 요 며칠 관계자분들 간의 대화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두 회사의 규모 (참고로 전 회사는 대기업이고, 현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도 다르고, 주력 시장, 주 사용 언어도 다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차이는 필연적이겠지만 두 회사 모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묘한” 다름이 읽혀 겉으로 표현하진 않아도 각자 상대방의 어떤 부분에 불만이 있을지 예상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면 이런 식이다. 전 회사에서는 메신저를 통한 대화라도 구어체를 최대한 지양하고, 현 회사에서는 “ㅎㅎ“ 를 쓰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편이다. 의견 불일치가 있을 때 전 회사의 담당자는 최대한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장문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반면, 현 회사의 담당자는 핵심만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현 회사의 리더가 이렇게 하자고 제안을 하면 전 회사의 리더는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고 회신 주겠다’고 답변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 회사는 전 회사의 느린 의사결정에 답답해하며 (속도가 생명인) 이 업계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고, 전 회사에서는 우리를 프로페셔널하지 않고 체계도, 계획도 없이 막무가내로 치고 나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각 주체는 서로를 답답하다고 여기겠지만 나는 양쪽이 각각 어떤 생각과 어떤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잘 알기에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기 어렵다. 둘다 맞으니까.

   이처럼 일하는 방식과 문화 차이는 짧은 단어, 혹은 문장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미묘하다.

이런 느낌…

 
   하지만 그것이 곧 회사의 아이덴티티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아무튼 재작년 이직을 한 후로 내가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아마 전 회사의 담당자가 지금 느끼는 감정과 궤를 같이할 것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전 회사에 있었다면 나 같은 일개 사원은 이런 대화에 낄 수조차 없었을텐데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높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덕분에 이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양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양사에서 공동 주관하는 행사의 진행을 맡게 되었다. 잘 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