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꿈은 일잘러입니다

일잘러의 꿈은 포기할 수 없어.

by Heather :) 2022. 4. 29.
OOO 님은 2021년 한 해 동안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성과, 협업, 공헌도 등을 보여주어,
상위 수준의 지급률을 적용하여 인센티브 금액을 산정하였습니다.


며칠 전 메일함으로 날아온 리뷰와 인센티브 결과. 작년 하반기에 1년 3개월의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마치고 막 복귀했을 뿐인데 일한 기간에 비하면 과분한 금액이었다. 동료와 리더가 나에 대해 작성해 주신 리뷰도 정독했는데 보완해야 할 점을 적어주신 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라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최근 직무 전환을 해 혼자 머리를 싸매며 끙끙 앓고 고군분투했던 나와 나의 지난 시간들을 다독여주고 싶었다.

가끔은 출근했던 때가 그립다.


오랫동안 마케팅을 업으로 삼았다. "마케팅". 이 세 글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 직장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마케팅 부서의 팀장님한테 다짜고짜 메일을 보낸 적도 있다 (결국 그 팀으로 옮겼다). 석사를 굳이 MBA가 아닌 마케팅 MS 과정으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마케터가 되는게 꿈이었다.

그러다 최근 서비스 기획 (이 업계에서는 보통 Product Owner, 또는 Product Manager라는 용어로 통용된다)으로 직무를 전환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오랜 고민과 시뮬레이션이 수반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기존에 하던 업무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이동을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역시 "확장" 보다는 "전환"에 더 가까웠다. 같은 안건을 다룰 때에도 마케터일 때와 기획자일 때의 관점이 너무 달랐다. 그 밖에도 회의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개발 용어가 난무하고 유관부서도 많은 편이라 마치 신입사원처럼 헤맸다. 무엇보다 이제 회사에서 시니어라고 불리는 위치에 있음에도 업무 경험이나 지식 수준은 같은 팀에 있는 주니어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컸다. 그 와중에 이런 글을 읽은 것이다.

조직장의 평가. 이름과 현재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명이 드러나는 내용은 예쁘게 가렸다.



평가가 전부는 아니지만 잘 하고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결국에는 자기혐오로 이어졌던 지난 몇 개월을 반추했을 때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 리뷰였다. 결국 어떤 직종에 있든, 어떤 업무를 하든 그 분야의 경험이나 지식의 정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업무 역량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지레 겁먹거나 위축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잘 모르니까’, ‘해본 적이 없으니까’ 등의 이유로 피하지도 않기로 했다. 대신 적극적으로 탐험하고 또 그 안에서 유영해 보기로 했다. 여기에서 잘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잘할 확률이 높다. 꿈을 더이상 "마케터" 또는 "기획자" 같은 직업명이 아닌 "일잘러"로 정한 이유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나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고, 또 그걸 잘 쌓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요조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