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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엄마가 되는 과정

임산부 막달검사 (단백뇨, 연쇄상구균 검출)

by Heather :) 2020. 3. 20.

   이전까지 3주에 한 번씩 갔던 산부인과를 지난주(36주)를 기점으로 매주 다니고 있다. 산부인과가 집 근처라 그나마 가깝고 남편도 요즘 재택근무 중이라 차로 편하게 갈 수 있으니 망정이지 사실 매주 가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여름이를 만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겠지. 그전까지는 절대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얼굴을 보여주기를 완강히(?) 거부하던 여름이도 (지금껏 진행한 두 번의 입체 초음파에서는 뒤통수만 실컷 보았고, 일반 초음파를 볼 때도 거의 대부분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머리가 골반에 잘 자리 잡은 뒤로는 얼굴을 보여주고 있어 매주 여름이가 꼬물거리며 양수를 마시고 하품을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약간의 귀찮음은 충분히 상쇄해줄 만큼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어제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한동안 기분이 축 쳐졌었는데 (그래서 요즘 매일 작성하고 있던 블로그 포스팅도 어제는 쉬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당일 소변검사에서 미세하게 단백뇨가 나왔고, 지난주에 진행했던 막달 검사 중 세균검사에서 연쇄상구균(GBS균)이 검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단백뇨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피곤하거나 짜게 먹으면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식사 습관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요즘 빈뇨감 때문에 새벽에 몇 번씩 깨었다 다시 자기 일쑤라 그것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문제는 연쇄상구균인데, 이건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시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초기 임산부한테도 발견되면 처방할 정도로 아이에게는 문제가 없는 약이라고 하셨지만, 임신기간 중 (입덧이나 비타민 D 부족 같은 마이너한 반응을 제외하고는) 처음 발견된 문제 요소라 덜컥 겁이 났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연쇄상구균은 임산부 10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하게 나타나는 균이지만, 자연분만 시 산도를 타고 아기가 내려오면서 감염될 경우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그래서 성인보다 아기에게 치명적인 균이라고 한다. 여름이는 지금껏 혼자서도 쑥쑥 잘 커주고 있는데 엄마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약을 먹게 되었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제 점심부터 처방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유독 강한 태동이 느껴져 괜히 약 때문인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건'에서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죄책감'이라는 감정도 함께 장착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아주 사소한 것도 전부 내 탓, 나의 불찰같이 느껴진다. 참고로 책에선 불안한 생각이 들면 그걸 일단 멈추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음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연쇄상구균 치료약
5일치로 처방받은 약

 

 

   아무튼, 그리하여 5일치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마스크 5부제 때문에 골목 끝까지 줄이 이어져 있는 약국에서, 우리만 실제로 약을 타기 위해 약국을 갔는데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래도 분만하기 전 미리 알게 되어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5일간 약을 꾸준히 먹고 다음 진료 시에는 꼭 완치되었으면 좋겠다. 여름아, 우리 꼭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엄마도 조금 더 힘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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