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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엄마가 되는 과정

임신 36주, 출산가방을 챙기기 시작하다.

by Heather :) 2020. 3. 12.

   오늘부로 임신 36주에 돌입했다. 한창 입덧으로 고생했던 임신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더디게 갈 수가 없었는데 중기 이후부터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감이 내가 소화하기 힘들 정도니 역시 시간은 상대적인가 보다. 본격적으로 출산 휴가가 시작된 지난주는 책을 읽고, 블로그 글을 쓰고, 뜨개질을 하고 나름 바쁘게 보냈다. 주말에는 시누이 생일이라 시댁에도 잠깐 다녀왔는데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반찬도 잔뜩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출산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어버버 하다가 36주 차에 접어드니 정신이 들면서 살짝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출산 휴가만 시작되면 병원이나 구청에서 하는 출산 관련 교육이나 요가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바로 앞 슈퍼에 장을 보는 것도 대체로 남편을 시키는 판인데, 대중교통을 타고 태교 수업을 들으러 갈 용기가 있을까 (일단 용기를 운운하기 전에 이미 구청에서 운영하는 모든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틈틈이 출산 후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읽고, 또 보고 있지만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여러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후기를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에 큰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죽기 직전의 고통", "내 안에서 수박이 빠져나가는 느낌" 등 출산의 생생한 느낌을 표현하는 이제는 다소 클리셰 같은 글도 많이 보이는데, 그것만으로는 고통의 정도가 도무지 가늠이 안된다. 마치 연애를 글로 배우는(?) 답답한 느낌이랄까.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겠지.

 

   그나저나 37주 차부터는 정상 분만, 즉 아이가 태어나도 미숙아로 분류되지 않는 시기라고 하니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출산하러 가게 생겼다 싶어 그저께부터 출산용품과 육아용품을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이미 임신 초기 때 유모차, 카시트, 침대, 젖병 소독기, 아기띠, 체온계 등 굵직굵직한 아이템들은 이미 다 사두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아직 초기인데 너무 오버한다고 잔소리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기특하기 그지없군), 나는 나를 위한 출산용품, 그리고 여름이 목욕용품과 화장품 정도만 구매하면 되었다. 그리하여 출산 가방 리스트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리스트에 있는 아이템 대부분은 유튜브 맘똑TV의 "출산가방 싸기(출산가방 리스트!) 꼭 필요한 것들로 알차게 싸기"편을 참고했고, 아이템별 브랜드는 친구 추천, 인터넷 검색 등 여러 소스를 통해 알아보고 구입했다.

 

구입 필요 구입 불필요
• 물티슈 (친구 추천으로 베베숲 구매함)
• 손수건 15~20장
• 도넛 방석
• 유두 보호 크림 (메델라로 구매함)
• 수유 나시
수유 패드 (젖이 도는 양을 보고 조리원에서 주문 예정)

• 개인 세면 도구
• 수건 2~3장
• 머리끈
• 가습기 (회사에서 사용하던 미니 가습기를 들고갈 예정)
• 크림, 립밤, 팩 등 보습제
• 내의, 양말, 팬티
• 개인 물컵
• 슬리퍼
• 튼살크림
• 생리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왕 쇼핑을 하는 김에 조리원 퇴소 후 여름이에게 사용할 목욕용품과 화장품도 함께 주문했다. 아래 리스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화이 님의 추천템 위주로 구매했다 (유화이님은 평소에도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추천해주신 제품들이 다 괜찮아서 아기용품도 주저 없이 추천해주신 제품들로 선택했다. 1년 전쯤 출산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구분 브랜드명
바디샤워 비오텀 (비오투름) 클렌징 밀크
샴푸 에브리원 베이비워시
페이스 크림 스킨푸드 로열허니 착한 수분 크림
바디 크림 에바비바 베이비로션
기타 (발진 크림) 얼스마마 다이어퍼밤

 

 

어제부터 쉬지 않고 들리는 초인종 소리 (= 택배 도착 소리)

 

   그리하여 어제부터 하나하나씩 배송되고 있는 출산용품과 육아용품들. 해외 직구로 주문한 메델라 유두 보호 크림을 제외하고는 다 이번 주 내로 도착할 것 같다 (유두 보호 크림도 조리원에 들어가기 전에 도착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아이템들이 차곡차곡 우리 집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보니 이제야 여름이를 곧 만날 수 있다는 실감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는 건지 오늘 유독 여름이의 태동이 격하게 느껴졌다. 배가 꿀렁이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으니까. 다리(?)로 추정되는 것을 쭉 뻗을 때는 아파서 나도 모르게 "으악!" 소리가 나오다가도, 배의 특정 부분만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너무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 더 오래 품고 있고 싶다가도, 빨리 얼굴을 보고 싶기도 하고. 매일 내 마음도 왔다 갔다. 여름아, 엄마 뱃속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가 우리 곧 건강하게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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