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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엄마가 되는 과정

만삭 사진 촬영, 우리의 감성과 분위기로.

by Heather :) 2020. 3. 1.

   만삭 사진은 사실 찍을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본인 만족 같기도 하고, 임신의 시작과 함께 생기는 단순히 배가 부르는 것 외에도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신체적 변화 -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에는 임신과 동시에 피부에 착색이 시작되어 얼굴에 잡티가 늘어나고 목주름이 부각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 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장사속에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싫었다. 출산 관련 앱을 다운 받고 조리원을 계약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나의 개인정보가 업체들에게 넘어갔는지, 임신 초기부터 보험 회사에서부터 촬영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락이 왔다. 특히 스튜디오에서는 만삭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는 프로모션 전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주변을 통해 들어보면 일단 만삭 사진은 무료로 찍어주고, 예비 부모들이 고마움과 의무감 (소비자 심리학에서 이 현상을 "reciprocity"라고 했던가) 에 아기 100일, 돌 사진도 차례차례 계약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들의 영업 방식(?)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 묘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이런 제안들은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거절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지 전화를 주신 분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남편과 상의 끝에 결론적으로는 만삭 촬영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는 만삭의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우리 부부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우리는 결혼 후 내가 유학 중이었던 2017년을 제외하고 1년에 한 번씩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만삭 사진도 그의 일환으로 변화하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두면 나중에 추억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2016년 웨딩 촬영 (실제 촬영은 2015년 겨울이었지만 2016년이라고 치자)
2018년 결혼 기념일 기념
2019년 파리 스냅

 

 

   이왕 찍을 거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우리만을 위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스튜디오에서 평소에 입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아내는 배를 까고(?) 남편은 그 배를 어루만지는 사진은 왠지 인위적이고 뻔하다고 느껴졌다. 생각나는 분이 한 분 있었다. 재작년 전주 동문 서점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남편의 캘리그라피(?) 선생님이자 디자인을 하고 계셨던 우정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간간히 근황 체크는 하고 있었는데, 동문 서점이 매각된 이후, 서점 안에서 진행하던 캘리그라피 수업을 정리하고 사진 작가를 준비하고 계시는 듯 했다. 이제 막 시작하신 단계라 포트폴리오가 많지는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에 간간히 올려주시는 사진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동문 서점에 다녀간 이후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고, 다행히 매우 감사해하시며 흔쾌히 촬영 수락을 해주셨다 (서울에 오실 일이 있을 때 촬영을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날 우리만을 위해 바이러스를 뚫고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주셨다고 한다).

 

가끔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곳, 전주 동문 서점

작년 말 고민 끝에 동문 서점을 결국 팔게 되었다는 서점 주인 분의 글을 보았을 때, 언젠가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주된 이유는 물론 수익성 악화겠지. 더군다나..

heatherblog.tistory.com

 

   근거지가 서울이 아니시기 때문에 당연히 야외 촬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겨울이라 추울 것 같다며 촬영 일주일 전 쯤 우리집이 서울 어디쯤인지 여쭈어 보시더니,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에어비앤비와 촬영 스튜디오를 리서치해 아래와 같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셨다.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기도 했고, 실제로 찾아주신 곳이 다 마음에 들어서 작가님이 편하신 곳으로 선택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최종적으로 개포동에 있는 효코 스튜디오 라는 곳을 예약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촬영 소품으로 사용된 꽃다발. 들꽃같은 느낌이라 "자연스러움"이 포인트인 우리의 촬영 컨셉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리고 촬영 당일. 동네에서 미리 예약해둔 꽃다발을 찾았다. 우리는 약속 시각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할 것 같으니 커피를 사들고 가겠다고, 천천히 오시라고 연락을 드렸더니 벌써 스튜디오 근처 카페에 계신단다. 우리도 카페에 도착하니 한 눈으로 봐도 묵직해 보이는 배낭에서 본인의 아이패드를 꺼내시더니 그간 리서치하며 저장해두신 만삭 사진 레퍼런스를 하나하나씩 보여주신다. 아직 촬영 경험이 많지 않으시고, 또 지인의 촬영이니 더 부담감이 크셨으리라.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든다고, 작가님만 믿고 따르겠다고 말씀드리고 우리는 예약 시간에 맞춰 스튜디오로 향했다.

 

   작가님이 예약해주신 스튜디오는 햇살이 얇은 커튼을 통해 들어와 자연스러운 채광을 만들어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었다.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일부러 가져왔다며 작가님은 배낭에서 주섬주섬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꺼내서 음악을 틀어주셨다.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이 진행되었고, 며칠 뒤 보내주신 결과물을 보니 그 편안함이 사진에 다 담겨져 있어 마음에 들었다.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었다면 의상이나 소품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어 몸은 편했겠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느낌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셔터 한 컷 한 컷 진심을 다해 찍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이우정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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