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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엄마가 되는 과정

2019.8.23 임신 일기

by Heather :) 2020. 1. 24.

※ 아래 글은 임신 7주 차 무렵에 작성한 일기다.

 


 

   뱃속에 이 조그만 생명을 품은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임신 7주 차). 단축근무 기간이라 팀원들보다 1시간 늦게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는데, 어제는 참석하려고 했던 회의가 근무 시간을 넘긴다는 이유로 취소되고 나 대신 다른 팀원분들이 참석하시게 되었다. 내가 팀장이어도 그렇게 결정했을 것 같다 싶다가도 묘하게 섭섭한 감정이 들었는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워커홀릭의 기질이 있었던가 조금 놀랐다.

 

   평소에도 일이나 자기 계발에 욕심이 많고, 맡은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하는 편이긴 해서 올해 상반기 평가가 특히 좋았는데, 이제 업무를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줄어들고, 입덧 때문에 컨디션도 예전 같지 않아서 하반기 평가는 상반기만큼 좋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에 왠지 씁쓸했다.

 

   비단 올해 하반기뿐이겠는가. 앞으로 여름이(태명)가 태어나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정과 회사 중에 선택해야 하는, 나보다 여름이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자주 생기겠지. 지금까지 세상에서 '나'가 중심인 삶을 살아왔는데, 이제 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새삼 큰일이다 싶다. 하나의 삶을 탄생시키고, 이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겠구나. 내년 출산까지 이에 대한 준비도 차차 해나가야겠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출산 휴가는 한 달을, 출산은 두 달을 앞두고 있다. 여름이 덕분에 행복하고, 또 여름이라는 존재로 인해 내 삶에 닥칠 변화에 고민한 7개월이었다. 걱정했던 하반기 평가도 나쁘지 않았는지, 그저께 실장님과의 면담에서 인센티브 금액을 들었는데 작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실제로 겪어보기 전이니 아직은 출산/육아 선배들의 많은 조언으로 어림짐작만 할 뿐이지만, 그 어떤 고통도 이 아이가 가져다주는 행복에 비견될까. 벌써부터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여름이가 귀여워 미치겠는데. 가끔씩 지쳐 너부러지는 때가 있을지언정 전반적으로 현명한 엄마, 아내, 그리고 직장인의 밸런스를 잘 맞추며 살고 싶다. 여름아, 엄마가 더 열심히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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