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주째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지난 포스팅 참고) 지난 금요일은 오랜만에 회사로 출근을 했다. 한 달 전부터 일정을 잡아둔 팀원분들과의 점심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출산 휴가 전에 모든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점심식사가 될 것이라, 팀장님께서는 백현동 카페거리에 있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해 주셨다.
오전부터 바쁘게 몰아치는 업무를 뒤로하고 도착한 백현동 카페거리.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와본 동네다. 회사에서 판교까지 크게 멀지는 않지만, 차를 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이다. 정자동 카페거리와 비슷하게 거리가 잘 정리되어 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의 레스토랑과 상점도 많이 보인다.
예약해주신 곳은 뀌숑 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레스토랑 전체가 프렌치 풍 (사실 프렌치 풍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의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장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와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입구에서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예약된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보고 있는데, 다른 차를 타고 오신 팀원 두 분이 커다란 풍선과 상자를 들고 레스토랑 안에 있는 손님들과 종업원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들어오고 계셨다. 팀원분들이 합심해(?) 서프라이즈 베이비 샤워를 준비해주신 것이었다. 누가 마케팅팀 아니랄까봐 풍선에 새긴 카피 하나하나도 팀원분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카피가 채택되었다고. 상자 안에는 "여름아 반가워" 라는 메세지와 함께 기저귀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팀원분이 조심스럽게 건내주신 노트. 안에는 그동안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과, 동료분들의 정성 어린 편지가 담겨 있었다. 심지어 함께 일한 일본, 대만, 태국 직원분들의 편지도 함께 들어 있었다. 한 명 한 명 다 연락을 취해 메세지를 받아주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노트를 넘겼는데, 그렇게 기분이 한껏 상기되어 있는 와중에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물론 팀원분들은 믿지 않으셨지만).
그리고 이어서 나온 식사. 역시 비싼 가격대 (파스타 기준 3만 원 내외)에 부응하는 고급진 맛이었다. 어느 하나 빠지는 메뉴 없이 다 맛있었다 (의외로 그중 식전빵이 단연 최고).
디저트까지 풀 코스로 식사를 마친 후 팀원분들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 속에서도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나.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과 축하를 받아도 되는지, 함께 있는 동안 더 잘해주지 못함이 새삼 아쉽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이제 출산 휴가까지 단 일주일. 모두의 축복에 힘입어 여름이 건강하게 낳고, 후회없이 키우다가 다시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복귀하는 날을 꿈 꿔본다. 그동안, 잠시만 안녕.
P.S. 그리고 이런 instagrammable한 사진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어, 드디어 인스타그램에도 늦은 임밍아웃을.
판교 뀌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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