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은 정말 "another level"의 경험이다. 모든 경험이 직접 겪어봐야 잘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부모가 되는 일이란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예전에 주변에서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들과 출산 및 육아 이야기를 할 때 그 대화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철저한 나의 오산이었다. 막상 내 아이가 생기니 '그때 그 친구가 했던 말이 이런 의미였어?'라는 생각을 하며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될 뿐만 아니라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 모든 것을 먼저 경험한 그 친구에게 경외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뿐인가. 친구들의 출산을 축하한답시고 센스 없는 선물들을 보내며 - 예를 들면, 여름에 태어난 아기였는데 가을 옷을 선물하는 등 - 뿌듯해 했던 과거의 나 자신도 부끄러워지고 있다. 아이를 직접 낳고 길러보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이었다.
엄마가 된 후 또 달라진 점을 꼽자면, 아이와 관련된 영상이나 글이 보이면 더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보게 된다는 것이다.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아동 학대를 해오다가 경찰에 붙잡힌 계모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면 함께 분노하고, 어느 후원 단체에서 소개한 미혼부가 고시원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보고 혼자 눈물을 훔치곤 했다. 예전에도 이런 사연을 보거나 들으면 슬퍼하고 안타까워한 건 마찬가지지만, 출산 후에는 정말 "another level"로 지나칠 정도로 모든 케이스에 감정이입이 된다고나 할까. 덕분에 요즘 눈물이 늘었다.
사회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있다. 바로 해외 아동 정기 후원. 학생 때부터 정기적인 수입이 생기면 후원을 시작하자고 다짐했기도 하고, 첫 업무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분야였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진급을 할 때마다 후원 아동을 한 명씩 늘려야지 라는 다짐으로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중간에 퇴사하고 유학을 다녀오느라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수입이 끊겨 쪼들리는 유학 시절에도 이 후원만큼은 유지했다. 그렇게 적은 금액이지만 어느덧 10년째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모잠비크의 작은 마을에 있는 이 아이는 어느새 청소년 티를 풀풀 내고 의젓하게 자라 있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본다는 것은 모든 아이의 부모가 될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불행한 아이들을 보듬어줄 순 없지만, 그에 대해 무력함을 느끼기보다 지금 내 상황과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기회에 후원 아동을 한 명 더 늘릴까 한다. 오랫동안 생각만 한 채 미뤄두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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