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기 어린이집 방학 기간에 맞춰 짧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회사 휴양소에 응모했는데 운 좋게 당첨된 것이다 (퇴사 전에 한 번이라도 가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당첨된 곳은 제천에 위치한 포레스트 리솜. 남편은 마지막까지 업무를 조율했지만 결국 일이 바빠 가지 못하게 되었고, 동생과 제부도 직전에 코로나에 걸려 빠지게 되어 결국 친정 부모님과 나와 아기, (식구들이 다 빠져 급하게 부른) 첫째 고모, 이렇게 다섯 명만 가게 되었다.
집에서 두 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가서 도착했다. 제천 시내까지 차로 30분이 더 걸릴 정도로 깊숙한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었다. 숙소는 호텔형 객실인 레스트리 리솜과 독채 형태인 포레스트 리솜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묵은 곳은 후자였다 (아마 회원권 제도로만 운영하는 것 같았다). 로비와 바로 붙어 있는 레스트리 리솜과는 달리, 로비에서도 전동 카트를 타고 한참을 더 올라가야지 나오는 포레스트 리솜. 체크인을 하면 전동 카트를 탈 수 있는 패스권을 함께 주는데 걸어 올라가기에는 등산을 방불케 하는 난이도의 오르막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숙소 이동을 최소화하게 되었던.
숙소는 복층 구조였다. 특이하게 현관문을 열면 거실과 부엌, 화장실, 온돌방, 테라스가 위치한 1층이 있고, 계단을 내려가면 침실방과 욕실 딸린 화장실이 있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경사진 언덕 위에 지어져 구조상 지하지만 지하의 음습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특히 창 밖에는 나무가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어 숙소에서만 하루 종일 있어도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리조트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워터파크에 있다. ‘해브나인 스파’라고 불리는 이곳은 실내며 실외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야외에 있는 노천탕은 이곳의 대표 포토존. 이틀 내리 워터파크에서 몇 시간을 정신없이 아이와 놀아주다 보니 이 유명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여유는커녕 온몸에 알이 배겨 휴가가 휴가가 아닌 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아기가 좋아했으니 됐어.
오기 전 웹사이트에서 숙소 내 취사가 안된다고 본 것 같은데 잘못 봤는지 밥솥과 인덕션, 그리고 기본적인 조리도구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첫날 농협에서 쌀과 김치, 라면을 사 와 매일 아침은 간단히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만 밖에서 먹었다. 리조트 안에도 음식점이 많아 골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주로 제천 시내나 단양으로 넘어갔다. 제천 시내에서는 용천 막국수, 오성 통닭, 단양에서는 장다리, 그리고 리조트 안에서는 산들애라는 한정식 집에서 먹었는데 진짜 하나같이 다 맛있어서 놀랐다.
혹시나 하며 가져온 책은 역시나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2박 3일 내내 남편 없이 아기와 놀아주느라 체력이 딸려 아기와 같은 시각에 자고 같은 시각에 일어났다. 그래도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에는 아쉬운 마음에 산책길(이라고 쓰고 등산길이라고 읽는다)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보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그리운, 퇴사와 입사 사이의 짧은 여름휴가도 끄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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