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아시아나 마일리지 일부가 연말에 소멸된다는 연락을 받고 항공권을 알아봤었다. 요즘 다시 요가에 한창 빠져 있는지라 여행지로 발리를 가장 먼저 고려했으나 아시아나는 발리 직항 노선이 없었다. 최근 엔저로 일본도 많이 간다는데 일본은 남편이 반대했고, 최종적으로는 사이판과 끝까지 고민했으나 결국 우리는 안전하지만 확실한 선택을 했다. 바로 제주도. 지난 한 달 살기 이후 1년 반 만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말, 7박 8일의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생각해 보니 웨딩 스냅사진도, 태교 여행도, 또 지난 한 달 살기도 모두 제주였다. 나는 왜 이렇게 제주를 좋아할까. 그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나 틈날 때마다 제주에 가고, 다른 여행지보다 훨씬 오래 머물곤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이유를 한 번 고찰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적당히 힙하고, 적당히 전통적이다
제주엔 이상순씨가 최근에 오픈하신 힙한 카페가 있고, 또 바로 근처에서는 오일장이 열린다. 점심으로 제주 전통 몸국을 먹고, 저녁으로는 정통 프랑스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이처럼 제주에는 전통적인 가치과 요즘 세대의 힙함이 공존한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이런 상반된 것들의 조합이 희한하게도 조화롭게 느껴진다. 나는 그리 전통적이지도, 또 그렇게 힙하지도 않은 사람이라 제주는 이런 내가 즐기고 누리기에 딱 적절한 자극을 주는 여행지임은 분명하다.
익숙하지만 또 새롭다
제주는 익숙하지만 항상 새로운 발견이 있어서 좋다. 지난 여행 때 정말 좋아서 또 가야지 해도 막상 다시 오면 다른 새로운 곳을 탐색하느라 정작 이전에 갔던 곳을 들르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는 물론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주는 계절별로 풍경과 날씨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봄에 가면 유채꽃이 만발하고, 겨울에 가면 동백꽃이 있다. 이번 여행은 공교롭게도 장마 시즌이라 일주일 내내 짙은 안개를 동반한 비가 왔는데 이런 날씨의 제주는 또 처음이었다. 같은 제주지만 그때의 제주와 지금의 제주는 매번 다른 느낌을 준다.
책과 요가의 성지
요가를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 제주는 정말 완벽에 가까운 여행지다. 곳곳에 요가원과 독립 서점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특히 마지막 3일을 머물렀던 숙소 무위의 공간은 요가원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숙소 내 요가 매트와 싱잉볼이 있어 아이와 함께 요가 동작도 해보고, 싱잉볼도 쳐보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유람위드북스는 내가 유일하게 제주 여행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가는 북카페인데, 이번에는 용기 내(?) 처음으로 아이와 같이 가봤다. 아이가 어느덧 세 돌이 지나 이제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그래서 감사했다. 함께 소곤소곤 책을 읽고, 카페 내에서 사는 고양이 두 마리도 찾아 다니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이외에도 내가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을 테다. 비록 이번 여행 기간엔 머무는 내내 비가 왔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제주였다. 다음 포스트에는 이번 여행에서 좋았던 것들만 테마별로 모아 소개할 예정이니 2023년 업데이트 버전의 제주도도 기대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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