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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록

낙관적 허무주의 (Optimistic Nihilism)

by Heather :) 2023. 7. 21.

   한 달쯤 전,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한 계정에서 추천받아 이 영상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찾아서 보았고, 나중에는 생각날 때마다 볼 수 있게 저장해 두었다. (5분 남짓한 영상이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한 번쯤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상을 보고 나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인간의 삶은 얼마나 사소하고 보잘것없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읽고 있는 <사피엔스>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서도 비슷한 메세지를 함의하고 있어서 그런지 최근 이런 생각이 내 안에서 더욱 증폭되었다.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는 망각하며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작은 것에도 아등바등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작은 것이 작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당장이라도 나를 잡아 삼킬 듯한 파도처럼 다가온다. 지나고 나면 나의 성취도, 실수도 잊히고 말 텐데.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인생은 참 허무하다.

   하지만 이 영상의 제목이 <허무주의>가 아니라 <낙관적 허무주의>인데는 이유가 있다. 우주에서 내 존재가 아무리 미약하더라도 상관없다. 내 안에 우주를 키우고, 나 스스로가 우주가 되면 된다. 내 몸을 아끼고, 작은 경험들을 쌓아나가고, 이 세상에 애정을 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것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아도 괜찮다. 내가 아니까.

 

   또 최근에 재미있게 봤던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는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어 학파에 대해 이야기한다. 쾌락주의와 금욕주의로 대표되는 두 학파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닿아있다. 초월한 삶. 열반의 경지. 이걸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바로 '낙관적 허무주의'가 아닐까. 

 

이 삶이 우리의 유일한 기회라면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더 좋게 하면 보너스죠.

   <낙관적 허무주의> 영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듣고 나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현실적인 조건들을 재며 선택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을 멈추고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그간 내 안에서 조금씩 축적되어 왔던 억울함이나 부정적인 감정도 먼지 털듯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후회와 자책보다는 설렘과 기대로 앞으로의 시간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 삶을 살아갈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0년부터 나에게는 삶의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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