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기간 동안 마음 맞는 친구들과 틈틈이 작은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해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북클럽.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주요 골자인데, 나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으므로 내가 첫 발제자를 맡게 되었다. 평소에 책을 안 읽는 편은 아니지만, 혼자 읽으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들을 골라 같이 읽고 생각을 공유하며 소화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고른 책이 바로 마티 케이건의 ‘인스파이어드’. 우연한 기회로 대부분 PM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조인하게 되었는데, 그 채팅방에서 자주 회자되는 책이라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던 찰나 선택하게 되었다. 북클럽은 유명한 독서모임인 트레바리의 형식을 차용해 모임 전 500자 내외의 감상평을 쓰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는데, 아래는 나의 짧은 감상평.
인스파이어드
마티 케이건 / 제이펍
★ 4.0
바야흐로 제품력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대다. 대학 졸업 후 줄곧 마케팅을 업으로 해오면서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유려한 카피 한 줄이나 번지르르한 패키지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시대가 지나고 제품을 있는 그대로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에서 PM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서 PM이란 Project Manager가 아니라 Product Manager로, 전자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다양한 역할이 기대되는 직군이다. 아이디어 발굴부터 제품 테스트에 이르는 일련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PM은 때로는 기획자가, 때로는 사업가가, 또 때로는 협상가가 되어야 한다. PM을 소위 "mini CEO"라고 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IT 산업군에 한정해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부 내용은 IT 산업군의 빠른 제품 사이클이나 유연성 덕분에 적용 가능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여느 산업군을 막론하고 PM으로써 업무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론이 실려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제품 발견도 단순히 우연한 "유레카"의 순간을 기다려라는 등의 애매모호한 내용이 아닌 네 가지 원칙(가치, 사용성, 실현 가능성, 사업 유효성)에 입각해 진행할 것을 조언한다던가 (p.188), 때로는 (같은 팀이라고 여겼던) 내부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더라도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를 정면 돌파할 것을 권장한다던가 (p.88) 하는 것이 그것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제품 관리에도 뛰어나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p.239) 저자의 글에 무한한 공감을 표하며, 휴직 기간이 끝나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간간히 참고서처럼 들춰보게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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