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호기롭게 시작한 북클럽은 다행히 잘 유지되고 있다. 대학 시절 함께 기숙사에 살던 동기 5명이 모여 결성한 북클럽인데, 한 명씩 돌아가며 책을 선정하고 질문을 준비해 매월 온라인 북클럽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첫 타자였던 나는 '인스파이어드'를 선정했는데 (리뷰는 아래 참고) 벌써 돌고 돌아 1월에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래서 선정한 책이 바로 장강명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아르테 / 장강명
★ 4.0
12시 38분. 오랜만에 자정을 넘겼다. 머리가 살짝 띵했다. 에세이가 이렇게 끝날 수 있구나. 에세이에서 해피엔딩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예상했던 결말은 아니었다. 역시 소설가가 쓰는 에세이는 달라도 뭔가 다른가보다.
장강명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지만 이 책만으로도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그의 다른 저서들은 어떤 문체로 쓰여져 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상상한 작가 장강명은 이 사회에 대해 굉장히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깊게 파헤쳐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일 것이다. 읽는 내내 그의 생각의 깊이, 또 이를 풀어내는 논리에 감탄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간중간 어조가 다소 강하다거나 조금은 극단적인 결론으로 도달한다고 느낀 지점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몸을 사리고 자기 검열을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서 이처럼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해 보였다. 항상 흐릿하게 알고 희미하게 외치는 나에게는 적어도 그랬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읽고 쓰는 것 vs. 듣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가 책에서 밝히고 있기도 하고, 최근에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를 들어봤는데 확실히 이 작가는 읽고 쓰는 부류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덧. 말하는 장강명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굉장히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자연스레 나는 어떤 범주에 속하는 사람일지 생각해 보았다. 쓰는 것도 어렵고 말하는 것은 더 어려운 나를 굳이 정의해보자면 읽고 듣는 사람 쪽이 아닐까. 너무 안전하고 비겁한 정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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