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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제주 한 달 살기를 떠나요.

by Heather :) 2021. 9. 17.

블로그를 쉬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실 여유가 없어 블로그를 쉬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복직을 했고, 올해 두 번의 이직 기회가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 중 하나는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졌는데 최종이고 면접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 꽤 오랫동안 정신적 타격이 있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글링하며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자괴감이 자주 들곤 했으며, 그 와중에 두 개의 북클럽에서 리더를 맡아 활동했다.

그리고 최근 아기가 어린이집에 풀타임으로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선생님들의 제보를 받았다. 일과 시간에도 자동차나 비행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낮잠 자는 것도 울고 불며 거부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선생님께서 우리가 맞벌이인 걸 아시면서도 아기가 심하게 운다고 혹시 지금 아기를 데려가실 수 있냐고 거신 전화가 최근 한 달새 두 번이나 있었을 정도다. 아가의 컨디션 난조는 하원을 시키고 나서도 이어졌는데, 밤에 자는 것을 거부하고, 새벽에도 자주 깨는 모습이었다. 아가도 힘들고, 나와 남편도 괴로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선생님께서는 여름이가 어린이집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이 4~5시경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하원하러 올 때라고 하셨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모습을 보면 그 때부터 엄마, 아빠를 부르며 울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은 날 우리는 조금 울었고, 또 조금 막막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남편이 휴직을 결정했다. 또 그로부터 하루 이틀 만에 우리의 제주도 한달살기가 결정되었다.

2019년 12월의 제주 (feat. 뱃속에 있던 여름이)

사실 제주도 한달살기에 대한 생각은 그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여름이가 아직 뱃속에 있던 2년 전, 태교여행으로 다녀온 제주도 열흘살기의 기억이 정말 좋았기도 했고 (관련 포스트는 아래 참고), 우리 부부는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줄곧 재택 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근무지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일에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있는 어린이집에 단기로 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안그래도 예민한 성향의 아기인데 또다른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결정이 쉽지 않았고, 양가 어머님을 2주씩 모셔볼까? 같은 방안에 대해 남편과 반은 진지하게 또 반은 농담처럼 대화를 주고 받던 차였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휴직을 결정한 덕분에 과감하게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살이를 결심하다 (Feat. 태교여행)

 나의 임신 기간은 매우 교과서적인 편이다 (현재까지는).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입덧이 임신 16주 즈음부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회사-집 만 좀비처럼 다니던 시기가 끝나고 뭐라도 먹

heatherblog.tistory.com


제주도에 갈 운명이었는지 마음에 드는 숙소는 이미 다 매진이거나 괜찮아서 연락해보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해 곯머리를 앓고 있던 중, 한 네이버 카페에서 본인이 계약한 숙소의 (이 분은 아마 일 년 단위로 계약하신 것 같았다) 10~12월분을 양도한다는 글을 발견하고 글을 올린지 10분 만에 연락을 취해 10월 한달치를 계약할 수 있었다. 가장 시급했던 숙소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비행기 예매나 차량 탁송 같은 것들은 너무나도 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론은 갑니다 제주. 휴가를 따로 내지 않고 제주도에서 계속 재택 근무를 할 예정이라 2년 전 제주 열흘살기 만큼의 여유는 생기지 않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실제로 살아보는 느낌을 마음껏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이 일상이 되면 어떤 느낌일까. 아기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은 어떨까. 많은 궁금증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걱정..?) 를 안고 남은 날들을 기다리고 있다. 왠지 같은 일상이더라도 제주에서라면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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